이새샘 산업2부 차장
2월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지난해 2월 대비 24% 넘게 올랐다. ㎡당 922만6000원이었던 분양가는 1145만7000원이 됐다. 만약 지난해 8억 원에 분양했던 아파트라면 올해는 완전히 똑같은 아파트를 10억 원에 분양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 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됐다. 가격이 통제되던 시기에서 그렇지 않은 시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분상제를 전후해 분양가가 크게 오른 것은 ‘정책 변수’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2월 분양가는 비교 시점이 이미 분상제라는 변수가 사라진 이후다. 그런데도 크게 올랐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 올랐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전국 기준 2월 분양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5% 올랐다. 분양가가 하락한 울산, 분양이 없어 비교가 불가능한 대구와 세종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비싸졌다.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 문제를 겪고 있는데도 분양가는 오히려 오름세다. 원가 상승세가 그만큼 가파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분양가 상승은 그 자체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최근 서울 지역 청약 경쟁률이 높아진 데는 분양가 상승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분양가가 높더라도 서울은 그나마 하락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신축 공급이 원활히 진행되면 이런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겠지만, 최근의 공사비 상승은 재건축 사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결국 매듭을 푸는 건 정부일 수밖에 없다. 공사비가 오를수록 일반분양으로 분담금을 줄이는 식의 ‘공짜 재건축’은 불가능하다. 최근의 재건축 공사 지연 및 중단 사태 등은 이런 변화한 현실에 대한 조합과 건설사, 그리고 조합원 간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민간사업에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기준을 세우고 조정할 수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어떻게 분양가로 전가되고 있는지, 건설노조 불법 행위 같은 불필요한 인상 요인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금융 비용이 많이 들고, 시장 상황과 수급이 어긋날 수밖에 없는 선분양 중심의 주택공급 제도 자체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집값이 오를 때는 부처의 역량이 집값을 잡는 데 집중된다. 과거 수년이 그렇게 흘러갔다. 지금은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살필 것도, 해야 할 일도 많다. 이런 티 나지 않는 일들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간의 부동산 시장이 바뀔 수 있다. 그런 일이 바로 정부의 일이란 걸 기억하길 바란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