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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코미디에 도전… ‘호불호’ 반응 나온다니 성공”

입력 | 2024-03-19 03:00:00

넷플릭스 ‘닭강정’의 이병헌 감독
딸이 닭강정 되는 황당한 원작 살려
특유의 말맛 더해 新코미디 선보여
“이런 장르 쌓여야 좋은 작품 나와”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에서 의문의 기계에 들어간 뒤 닭강정으로 변해 버린 딸 민아(김유정)를 아빠 최선만(류승룡·왼쪽)과 민아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이 절박하게 바라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애지중지 키운 외동딸이 어느 날 갑자기 닭강정으로 변한다면 아빠는 어떤 심정일까. 사람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기까지 튀김 껍질이 마르지 않도록 명품 물엿을 발라주고, 차디찬 냉장고 안에서 춥진 않을까 티슈를 덮어준다. 실수로 그만 다른 닭강정들과 섞여 버리자 절규하는 모습은 황당하고 기가 차지만 실소가 터져 나온다. 기상천외한 소재에 ‘병맛 코미디’가 더해져 드라마를 보고 웃는 스스로가 우습지만 기묘하게 빠져들어 ‘다음 화 보기’를 클릭하게 된다. 영화 ‘극한직업’(2019년)으로 한국 코미디 영화 최다인 1600만 관객을 모은 이병헌 감독(사진)의 신작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이다. 15일 공개되자마자 “배가 당길 정도로 웃었다”는 평가와 “어떤 부분이 재밌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평가가 신랄하게 갈리고 있다. 하지만 전에 없던 코미디임에는 분명하다. 총 10부작이다.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호불호가 갈릴 것을 당연히 예상했다”고 했다. “도전적인 코미디 장르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호불호 반응이 나온다면 성공이죠. 이런 장르의 드라마 데이터가 쌓이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고, (이 자체로) 재밌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닭강정’은 어느 날 의문의 기계에 들어간 딸이 닭강정으로 변한다는 황당한 설정의 작품이다. 딸 민아(김유정)를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아빠 최선만(류승룡)과 민아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이 기계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 나간다. ‘극한직업’에서 엿보였던 이 감독 특유의 허를 찌르는 유머와 기발한 대사의 향연이다. 매 장면 작정하고 웃긴다. 이 점이 어떤 시청자에게는 꼭 봐야 할 이유가 되고, 어떤 시청자에게는 전혀 볼 이유가 없는 호불호 강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극한직업’으로 큰 성공을 맛본 이 감독에게 ‘닭강정’은 도전이었다. 그는 “새로운 풍의 코미디가 국내, 해외 관객들에게 어떻게 어필될지 너무 궁금했다. 외모나 편견이 주요 소재지만 주제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투자가 안 된다면 너무 스트레스받지는 말자고 (제작진들과) 이야기했다”며 웃었다.

실험적인 작품이라 두려울 때도 있었다고 했다. “제 머릿속에서는 너무 재밌었지만 현장에서 이 장면이 구현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배우도 저도 진지하게 준비했지만 끝까지 무서웠어요. 그럴 때마다 ‘재밌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되뇌면서 작업했습니다.”

흔들리는 그의 마음에 돛이 되어준 건 배우 류승룡과 안재홍이었다. 능청스러운 생활형 코미디에 연극톤 대사 연기가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인 양 자연스럽다. 닭강정이 된 민아를 바라보는 두 배우의 눈빛이 진지하고 절박해 저항 없이 웃음이 터진다. ‘코미디 세계관’을 인정받은 1600만 감독임에도 여전히 창작자의 고집과 대중성이 맞물리는 지점을 향해 외줄을 타고 있다. “누군가에겐 받아들여지기 힘든 작품일 거예요. 저도 공부하는 과정이겠죠. 그래도 계속 제 취향껏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창의적인 리뷰와 댓글들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하하.”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