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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당했다” 美유학 딸 목소리, AI 변조였다

입력 | 2024-03-19 03:00:00

한미 경찰 공조, 보이스피싱 막아



뉴시스 제공


인공지능(AI)으로 추정되는 목소리 변조 기술로 가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시도를 경찰이 막았다.

18일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에서 유학하는 18세 딸을 둔 김상희(가명) 씨는 15일 오후 9시 5분경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선 “납치 당해 감금됐다”며 흐느끼는 딸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뚝 끊겼다. 이내 정체불명의 남성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현금 1000만 원을 보내지 않으면 딸을 해치겠다”고 김 씨를 협박했다.

협박범은 김 씨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서둘러 돈을 송금하라”고 채근했다. ‘전화를 끊지 않은 채 남편과 한자리에 있으라’고도 지시했다. 하지만 김 씨의 남편은 협박 내용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실제로 곧장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처음 걸려온 전화 속 목소리가 김 씨의 딸이 아닌 AI로 만들어낸 음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냈다.

경찰은 시카고 한국 총영사관에 연락해 현지 미국 경찰과의 공조에 나섰다. 그 결과 김 씨의 딸이 학교 행사 일정으로 대만행 항공기에 무사히 탑승해 통화가 되지 않을 뿐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의 빠른 대응 덕분에 피해를 막은 것이다.

김 씨는 제주경찰청 홈페이지에 “딸아이가 납치당해 감금돼 있다는 전화 한 통으로 가족의 고통은 시작되었지만 경찰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으로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은 가족이나 지인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신종 범죄 수법이다. 약 5초 분량의 목소리 샘플만 있어도 해당 인물과 유사한 변조 음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