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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기 90억, 상품권으로 세탁해준 일당… 사무실엔 22억 현금다발에 고가 명품시계

입력 | 2024-03-19 03:00:00

상품권업자-현금운반책 8명 검거
해외거점 사기조직이 주요 고객
거래 총액 420억… 경찰, 총책 등 추적



경찰이 지난달 90억 원이 넘는 투자 사기 수익을 상품권으로 세탁한 일당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발견한 현금다발 중 일부. 이날 압수된 현금은 총 22억 원에 달했다. 서울 성동경찰서 제공


투자 사기 수익을 ‘가짜 상품권’ 발행 수법으로 세탁해 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8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투자 사기 수익금 90억 원을 상품권 등으로 세탁해 준 혐의(특정경제범죄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상품권 업자 6명과 현금운반책 2명 등 일당 8명을 검거하고 그중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모두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과 아파트에 사무실을 두고 상품권 업체를 차렸다. 범죄 조직이 벌어들인 현금을 수표로 출금하고 상품권으로 바꾼 뒤 이를 다시 현금으로 발행해주는 ‘자금 세탁’을 위한 가짜 업체였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해외에 거점을 둔 한 사기 조직이었다. 이 사기 조직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며 “주식 투자 시 최소 50% 이상의 수익률을 볼 수 있다” “코인 거래 사이트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등 문구로 피해자 86명을 속여 총 90억 원가량을 뜯어냈다.

사기 조직은 가로챈 피해금을 세탁 일당의 우두머리인 총책에게 전달하며 세탁을 의뢰했고, 이 총책은 부하 직원들에게 다시 일을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지난달 세탁 일당의 사무실을 덮쳐 총 22억 원에 달하는 5만 원권 다발과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외제차 4대, 명품시계 등을 압수했다. 경찰이 상품권 세탁 일당의 법인 계좌 4개를 추적해 보니, 이들이 그간 거래한 총액은 420억 원이었다. 경찰은 나머지 330억 원의 출처를 수사하는 한편 베트남으로 도피한 세탁 총책과 현금 수거책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공조 등을 통해 추적할 방침이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