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까지 납부 기한 늦춰달라” 작년말 방위사업청에 연장 제안… 기밀 유출 시도 이어 신뢰도 추락 韓 “납부 기한 연장은 어렵지만, 완납의지 처음… 실무진 해법 논의”
한국형 전투기 KF-21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을 공동개발 중인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개발 분담금 납부 기한을 2034년까지 연장해 달라고 지난해 12월 말 우리 측에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2016년 계약 당시 1조6000여억 원을 2026년 6월까지 내기로 했었다. 창군 이래 최대(8조8000억 원) 무기 개발 사업인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서 개발비의 20%를 분담하기로 한 것. 하지만 이후 납부를 차일피일 미뤘고, 예정 금액보다 이달 기준 1조 원가량 덜 납부했다. 이처럼 불성실 납부로 논란을 일으킨 이후 최종 납부 기한도 애초 계약한 2026년이 아닌 2034년까지 8년을 미뤄 달라고 했다는 것.
우리 정부는 전투기 개발이 2026년 완료되는 만큼 개발이 끝난 이후 8년간 돈을 낸다는 제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완납 의지를 밝혔고, 공동개발을 이어갈 의지도 확인한 만큼 일단 양국 실무진 선에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비공식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이 제안에 공식적으로 거부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내부적으론 수용하기 어렵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체계 개발비를 개발이 다 끝난 다음 낸다는 제안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KF-21 체계 개발은 2026년 끝난다. 40대로 예상되는 초도물량은 당장 2026∼2028년 양산돼 우리 공군에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가 완납 의사는 밝혔지만 그간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보를 이어온 점도 연장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는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KF-21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2016년 계약 체결 당시 분담금을 연도별 분할 납부키로 했지만 첫해인 2016년에만 500억 원을 정상 납부했다. 이후엔 미납을 거듭해 3월 현재 누적 납부액은 2783억 원에 불과하다. 2021년엔 현물로 개발비의 30%를 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1월에는 인도네시아 연구원이 KF-21 개발 관련 자료가 담긴 개인 휴대용저장장치(USB)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가지고 나오려다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우리의 신뢰가 더 떨어졌을 가능성도 크다.
다만 정부는 재정난을 호소해온 인도네시아가 이번엔 연도별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해 분담금 완납 의지를 처음으로 밝힌 건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승리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도 6일(현지 시간) “KF-21 같은 당면 사안의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 잠수함 6척의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방산 수출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일단 실무진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측과 타협점을 찾기 위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파기 등도 현재로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 외교 당국자는 “인도네시아가 제안한 기간을 대폭 단축해 우리가 역제안하는 방안이나 당초 납부기한(2026년 6월)까지 (인도네시아가) 낸 만큼만 관련 기술을 이전해주는 방안 등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납금 문제는 올해 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