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2차 충돌] 여권 “尹 노기 그대로 담긴 표현” 대통령실, 한때 황상무 사퇴 검토 “野공세 끌려갈수 없다” 공식 부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뉴스1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실이 18일 오전 ‘현안 관련 대통령실 입장’ 형태로 배포한 입장문에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이 요구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에 대한 불편함이 이 같은 직설적 표현 속에 담겼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직접 불러준 것 같은 표현들”이라며 “윤 대통령의 노기가 그대로 담긴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후보(경기 성남 분당을)가 전날 “이 대사 즉시 귀국, 황상무 수석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대선캠프 수행단장을 지낸 이용 의원까지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거론하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들의 발언 의도를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안보 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 수출에 비춰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며 이 대사 임명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외교안보 영역에 대한 대통령의 독자적 인사 권한에 대한 여당의 문제 제기를, 그것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소환 통보도 없는 상태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내에선 황 수석의 자진사퇴도 한때 검토됐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도 황 수석의 사퇴 필요성에 일정 부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별도의 알림까지 내며 황 수석 사퇴를 공식 부인했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의 프레임을 차분히 깨뜨리지는 않고, 단순히 ‘여론이 안 좋다’는 형태로 야당의 프레임에 끌려갈 수만은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인식 차는 이 대사와 황 수석 문제를 놓고 표면화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총선 구도와 전략을 둘러싼 견해차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공천 등 총선에 대해 “당에서 할 일”이라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여당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 섞인 기류가 묻어났다. “대통령실 출신이 공천에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말이 나온 공천 심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간 잠재적인 균열 전선이 형성됐다는 평가가 있다. 또 여당의 총선 전략에 따른 보수 지지층의 반감도 거론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