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시드팁스(Seed TIPS)’의 주관 기관이다. 시드팁스는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 TIPS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이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 7곳(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앤틀러코리아, 소풍벤처스, 엔슬파트너스, 탭엔젤파트너스, 와이앤아처)이 스타트업의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 투자 유치까지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한다.
찾아가는 진료, 왕진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왕진 제도는 고령화에 따른 장기요양비 증가와 거동이 불편한 환자 수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국회는 지난 2019년 왕진 시 수가를 가산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1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전국 62개 시군구에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앞서 22년 12월 진행한 1차 사업에서는 의료인력의 76%, 환자의 94%가 만족했고, 대리처방률 18% 감소, 응급실 방문 횟수도 0.4회에서 0.2회로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좌측부터 임현정 서비스 기획자, 김성수 공동창업 및 개발자, 조윤경 똑똑의사 대표, 김명준 공동창업 및 최고운영책임자 / 출처=IT동아
하지만 우리나라에 왕진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 사회를 맞은 일본은 이미 2000년 대 중반부터 왕진 제도를 활성화했고, 2019년 기준 954만 건의 왕진이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왕진 참여율은 전체 의료기관의 약 1.3%에 불과하고, 환자와 의사가 연결되기 어려운 등 여전히 제도적으로 갈 길이 멀다. 똑똑의사는 왕진이라는 낯선 분야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려 한다.
“소수의 혜택을 모두에게 나눠주기 위해 창업”
조윤경 대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의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 출처=IT동아
조윤경 똑똑의사 대표는 현대적 학과 제도가 아닌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학부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의 세인트존스 칼리지 대학을 졸업했고, 소수가 누리는 것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본인만의 정의를 실천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다양한 사회 갈등을 중재했고, 5060의 문제에 관심을 갖다가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사업 아이템이 왕진인 이유는 노인돌봄은 우리 모두에게 닥친 문제라서다. 돌봄 시장의 경우 활성화가 돼있으나, 결국 의료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인과 가족들은 힘들수 밖에 없다. 이 를 해결하고자 2023년 똑똑의사를 창업했다”라고 말했다.
왕진(往診), 의사가 병원밖 환자를 찾아가는 진료
왕진은 좀처럼 들을 일이 없는 용어다. 조 대표가 생각하는 국내 왕진 시장의 현황은 어떨까? 그는 “1970년대 응급의료체계를 갖추면서 의사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게 굳어졌다. 사실 의료법에도 환자, 보호자 요청 시 의사가 왕진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지만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9년 왕진 수가가 생기면서 내과의가 월 평균 3000만 원을 벌 때 왕진으로도 비슷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의사들의 참여동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12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인 파티마의원을 방문해 재택의료 제공 의료진의 의견을 들었다 / 출처=보건복지부
이어서 “정부가 왕진 제도 활성화에 힘쓰는 이유는 국민들 선호다. 노년층 환자 중 요양병원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고, 치료를 받더라도 내 집에서 거주하며 치료받길 원한다.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안돼 제도 자체를 모르고, 또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방안도 불분명하다”라면서, “똑똑의사는 웹 서비스로 환자가 의사를 찾고, 의사는 똑똑실장이라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환자, 의료 일정 등을 관리해 왕진의 효율화를 꿈꾼다”라고 말했다.
조윤경 대표가 왕진의사 일정 관리 및 작업을 돕는 똑똑실장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입점 의원은 의원과 한의원을 포함해 약 200곳이며, 서울 및 경기도, 부산을 포함해 108개 시군구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환자는 똑똑의사 홈페이지에서 병원을 골라 환자 상태, 요청 사항을 적으면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똑똑의사의 프로그램 ‘똑똑실장’은 의사가 사용한다.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결제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나아가 병원 전자건강기록(EMR)과 연동해 의사가 병원 밖에서 진료함에 따른 불편함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환자 찾는 의사, 의사 찾는 환자 연결하는 게 핵심
비용 측면에서도 왕진 제도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조 대표는 “집에서 의사를 만나기 위해 재벌일 필요는 없다. 건강보험수가가 생긴 덕분에 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약 4만 원대 금액으로 의사를 집에서 대면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사설 앰뷸런스를 타면 20만 원의 이동비가 발생하고, 진료비나 입원비까지 생각하면 비용이 훨씬 크니 경제적으로도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사용하는 똑똑의사 플랫폼, 회원가입없이 병원을 찾고, 예상 비용을 확인후 상담할 수 있다 / 출처=똑똑의사
실제 왕진을 따라다니면서 접한 사례도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거동을 못하는 환자였는데, 의사가 방문해 휴대용 초음파 기기로 진단하고 복수를 빼는 것도 봤다.”라면서, “보호자에게 주는 심리적인 위로도 크다. 보통 신청자의 대다수는 50~60대고, 부모가 병원을 가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때 의사가 직접 와 환자를 안심시키고, 보호자에게 고생하셨을 것이라는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더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결제 시스템이 없다보니 의사는 수납하기 어렵고, 나중에 한번에 청구하다 보니 미수금이 발생할 수 있다”라면서, “환자는 거동이 어려워 의사를 불렀는데, 환자와 보호자는 정작 처방 받은 약을 받으러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생각하면 약배달까지 가능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와 프라이머, 사업의 가능성 북돋아
조윤경 대표가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 똑똑의사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 출처=똑똑의사
투자와 관련해서는 시장이 어렵지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시니어 대상 사업인 만큼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다만 왕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야 하는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왕진이 활성화된 이후에 시작하면 늦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야한다. 왕진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 만큼 빠르면 2~3년 안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똑똑의사의 궁극적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벗어나는 세상이다 /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벗어나도록 일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올해 목표는 입점 의원당 관리 환자를 늘리는 것이다. 성공 사례가 많아질수록 고객도 늘고, 우리의 사업도 커진다. 똑똑의사는 나이 들면 무조건 요양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집에서 치료할지 병원에 갈지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몰라서 왕진을 못 받는 게 아닌 선택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