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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NC 스크럭스 “한국 팬 환호 한번 받아보면 절대 못 잊어”[볼매운동:볼수록 매력있는 운동이야기]

입력 | 2024-03-19 14:12:00

‘서울시리즈’ 해설위원으로 6년 만에 방한




서울시리즈 해설을 위해 6년 만에 방한한 재비어 스크럭스가 ‘떡볶이’를 즐기는 모습. 재비어 스크럭스 인스타그램

한국 대표 ‘팀 코리아’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연습경기를 앞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한 얼굴이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선수들의 훈련을 관찰했다. 2017, 2018년 한국 프로야구 NC에서 뛰었던 재비어 스크럭스(37)였다. 스크럭스는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가 20, 21일 같은 장소에서 치르는 2024시즌 개막 2연전 ‘서울시리즈’의 MLB 하이라이트 방송 패널 자격으로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MLB 야구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비어 스크럭스. 사진 출처 X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던 2020년 MLB는 리그 운영을 중단했다.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MLB 대신 한국프로야구를 중계했다. 크럭스는 이때부터 해설위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이제는 아예 MLB, ESPN 등에서 야구 전문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크럭스는 “한국에 온 게 6년 만인데 다시 오니 언제 떠났나 싶은 정도로 익숙하다. 한국 팬들의 열정은 이미 미국에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 한 번이라도 뛰어본 선수라면 팬들의 이런 환호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는다. 또 예전에 한국에서 뛰었던 선수로서 MLB의 샌디에이고, LA 다저스 선수들이 한국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한국 대표팀과 경기하는 걸 이렇게 보게 된 것도 정말 멋진 경험”이라고 했다.

스크럭스는 “이번 서울시리즈를 통해 미국 팬들보다 한국 팬들이 MLB 정규시즌 경기를 가장 먼저 보게 됐다.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빅리거들에게도 한국 야구팬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 한국 대표팀과 LA 다저스의 연습경기에 앞서 다저스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스크럭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8시즌을 끝으로 한국을 떠난 스크럭스는 멕시코리그에서 한 시즌을 더 선수로 뛰었으나 이후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스크럭스는 “방송 일이 재밌을 것 같아 시작했다. 당시에는 방송은 되게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설을 하면서 ‘내가 야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정말 즐기는구나’ 깨닫게 됐다. 해설을 하면 할수록 더 재미를 느꼈다”며 “아직도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날 팀 코리아 선수 중에는 스크럭스가 NC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NC 포수 김형준(25)도 있었다. 스크럭스는 “한국에서 뛰었을 때 함께 활동했던 선수들이 몇몇 있어서 인사했다”고 했다. 경기를 앞두고 타격 연습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온 키움 김혜성, KT 강백호 등도 스크럭스를 알아보고는 놀라워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6년 전 스크럭스가 한국에서 뛸 때와 지금 MLB 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야구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다. 김하성(29)이 뛰는 샌디에이고에는 다르빗슈 유(37), 마츠이 유키(29), 고우석(26)까지 아시아 선수가 4명이다. 이전까지 샌디에이고 구단에서 한 시즌에 아시아 선수가 가장 많이 뛰었던 게 2명이었다. 2021~2023시즌까지 다르빗슈와, 김하성이 함께 뛰었다. 그 전에 아시아계 선수가 2명 뛰었던 때는 박찬호 샌디에이고 특별 고문과 일본계 미국인인 데이브 로버츠 현 LA 다저스 감독이 함께 뛰었던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스크럭스 역시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스크럭스는 “MLB에서도 더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뛰고 있다. 일단 자주 보면 더 관심이 가고 정이 가게 마련”이라며 “다양한 문화의 선수들이 함께 뛰면 서로의 다른 환경이나 배경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또 출신이 어디든 상관없이 다들 잘 어울리는 모습이 특히 멋진 부분”이라고 했다.

스크럭스는 지난 시즌 NC에서 뛰다 MLB에 ‘역수출’된 에릭 페디 등의 사례를 들며 “한국 야구의 비중이 커지면서 선수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겼다. MLB에 바로 못 가도 한국에서 뛰다 다시 기회를 얻고 돌아갈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멜 로하스 주니어도 KT로 돌아오지 않았나. 선수들이 더 유연하게 다양한 리그에서 뛸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평했다.

스크럭스는 “한국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끼리도 연락을 계속한다. 오늘도 낮 경기 때 이곳을 찾았던 (현재 KBO 최장수 외국인선수) 케이시 켈리(35·LG)도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며 웃었다.

가족들과 서울 나들이에 나선 스크럭스. 재비어 스크럭스 인스타그램

스크럭스는 이번에 아내, 두 아이까지 가족을 모두 데리고 한국을 찾았다. 스크럭스는 서울시리즈를 마친 뒤에는 (NC의 연고지인) 경남 창원시로 이동해 NC의 개막전에서 시구자로 나선다. 스크럭스는 “창원에서 3일 더 있다 돌아가기로 했다. 새로 지은 야구장에 처음 가서 너무 기대된다. 야구장에 스타벅스도 생겼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사인회도 하기로 했다”며 “많은 팬분들이 야구장에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