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 아내 폭행·살해한 혐의 전직 국회의원 부친, 양형 증인 채택 방청석 향해 “감정 억눌러달라” 당부
ⓒ뉴시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의 재판에서 재판부가 전직 다선 국회의원으로 알려진 그의 아버지를 양형 증인으로 채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1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미국 변호사 A씨의 3차 공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하겠다는 걸 저희가 채택 안 할 이유가 없다”며 “피고인의 부친을 양형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양형 증인이란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정하기 위해 재판부가 참고로 삼는 증인을 말한다.
A씨 부친이 양형 증인으로 채택되자 유족 등이 앉아 있는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지난 공판 당시 유족 측은 변호인의 의견 진술 당시 큰 소리로 우는 A씨를 향해 “연기 그만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방청석을 향해 “여러분은 피고인의 어떤 행동 혹은 변호인의 어떤 한 마디에도 크게 반응하신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법정은 피고인의 죄를 밝히는 곳이자 변명을 듣는 곳”이라며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감정을 억눌러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또 A씨 측이 신청한 재판 비공개 요청에 대해선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선 사건 당시 출동 경찰관 3명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3일 이혼 소송 제기 후 별거 중이던 아내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가격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한국인으로, 국내 대형 로펌을 다니다 최근 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살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이혼 다툼 중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질렀다거나 양손으로 목을 졸랐다고 (공소사실에) 기재된 내용은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