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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마음대로 쓰려고…” 설 연휴에 할머니 살해한 남매 기소

입력 | 2024-03-19 15:41:00


설 연휴에 70대 친할머니를 살해하고는 “할머니가 넘어져 다쳤다”고 신고했던 20대 손자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그의 친누나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 1부는 존속살해 혐의로 A 씨 남매를 구속기소 했다고 19일 밝혔다. 남동생인 A 씨는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월 9일 오후 11시경 새해 인사를 핑계로 부산 남구에 위치한 70대 조모 C 씨 집에서 C 씨를 폭행하고 결국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 씨는 “할머니가 넘어져서 다쳤다”고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숨진 C 씨 몸에서 곳곳에 있는 멍 자국을 발견했고, 화장실 타일이 깨져있는 등 다툼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A 씨를 수상하게 여겼다.

경찰은 C 씨가 넘어져서 다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A 씨에게 사건 경위에 대해 추궁했고 결국 A 씨는 “할머니 잔소리 때문에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범행 당시 집에는 A 씨와 C 씨 단둘만 있었으며, 부검결과 C 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질식사였다.

이후 경찰은 A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친누나 B 씨가 범행에 공모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들 남매는 범행 전 전화를 주고받으며 범행 계획 등을 논의하고 당일에도 만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B 씨가 지적장애 2급인 남동생에게 증오를 부추겨 살해를 마음을 먹게 하고, 두 사람이 집 로드뷰 사진을 보며 사고사로 위장할 방법과 119 신고, 수사기관 대응 방안을 논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를 할머니가 관리하는 데 불만을 품고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며 사고사로 위장할 방법을 여러 차례 논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친인척과 지인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친할머니는 어려운 경제적 상황 속에서도 홀로 근검절약하면서 장애가 있던 손자를 위해 성실하게 재산을 관리해왔다”면서 “반인륜적 범죄로서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