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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거인의 어깨’에서 살펴야[기고/손경환]

입력 | 2024-03-20 03:00:00

손경환 전 국토연구원 부원장


주택시장이 혼란스럽고 판단이 어렵다. 위기로 여겨지겠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이는 주택시장에서도 통한다.

현 상황 판단이 어려우면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주택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겪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진과 태풍에 비유할 수 있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이 지진이라면 충격을 받고 회복에 시간이 걸리지만 태풍으로 흔들린다면 태풍이 지난 후에는 안정을 찾을 것이다. 최근 주택 가격 하락 배경에는 금융 요인이 있다. 급격한 금리 상승과 함께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은 수요를 위축시켰다. 현재 상황은 급등한 금리로 인한 태풍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은 눈앞의 변동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면서 방향과 빠르기를 살펴야 한다. 높은 곳에서 길고 넓게 살펴보려면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야 한다. 이는 시장의 중장기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다.

최근까지 주택시장은 3차례 상승 국면과 두어 차례 침체 국면을 보였다. 상승과 침체 상황에서 추세와 시장가격 격차가 얼마나 심해지는지 또는 좁혀지는지를 파악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셋값 동향, 금리 흐름, 수급 상황, 거래량 변동 등을 살펴야 한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면 추세 같은 선행지표를 잘 볼 수 있다.

주택시장이 상승 국면을 보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은 상당 기간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 시장 선행지표 움직임과 공급 감소 등을 생각할 때 조만간 회복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택시장의 본격 호황에는 당연히 가격과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주택시장 지표를 살펴보자. 시장가격과 추세 사이에는 어느 정도 격차가 생겼으며 수도권 등의 전셋값은 상승하고 있다. 금리는 조만간 하락한다는 예상이 많아졌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시장 여건은 점차 좋아진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아직 시그널이 뚜렷하지는 않은 편이다.

사람들이 주택시장을 판단할 때 흔히 겪는 몇 가지 잘못이 있다. 시장이 바닥일 때 주택을 사려고 하거나 시장 상승 국면을 확인하려고 한다. 또 지역 주택시장은 다른 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간과하기도 한다.

시장 상승을 확인하려는 태도로는 기회를 잡기 어렵다. 상승할 때를 기다리며 매달릴 필요는 없다. 시장이 혼란한 상황에서도 기회는 있다.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역시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가격만 쳐다보다가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시장 판단 기준으로는 가격이 아닌 비용을 볼 필요가 있다.

주택 비용은 금리와 전셋값으로 살펴볼 수 있다. 또 지역 차별화가 강해지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흔히 양극화라고 불리는 지역 차별화는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되는 상황에서 뚜렷해진다.



손경환 전 국토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