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겁이 많은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항상 걱정이 지나치게 많고 불안으로 심신이 위축되어 쉽게 겁에 질리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놀다가 친구들이 장난 삼아 “너 빠져!”라고 가볍게 말해도 바로 위축되고 만다. 상황에 관계 없이 모든 감각이 겁을 내는 쪽으로 집중한다.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도 겁에 질린 나머지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이러다 보니 또래에게 만만하게 보여서 따돌림을 당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이런 아이들에게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요즘 아이들은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운동은 아이들이 지구에 발을 딛고 있는 자신과 외부의 관계를 통해 몸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이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운동을 통해 신체 감각이 발달되고 외부와의 관계에서도 자극과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배울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다양한 공놀이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피구는 기본적으로 공을 주고받는 운동이다. 겁이 많은 아이는 상대가 공을 던지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위축되어 자기 앞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못한다. 더구나 빠르게 다가오는 공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위협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상대가 던진 공을 받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 부모가 안전한 상황에서 피구의 기술을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아이는 피구를 통해서 공에 맞지 않으려고 피하거나 공을 받는 과정에서 위험 상황에 부딪히면 위축되지 않고 맞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축구는 치열한 몸싸움이 많아서 축구를 하면서 어떤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받아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간혹 축구 클럽에 가입했다가 아이의 소극적이고 위축된 태도 때문에 오히려 따돌림 비슷한 것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그런 이유로 축구 클럽에 가기 싫어한다면 억지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부모와 함께 축구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상대 앞으로 공을 정확하게 패스하고, 빠른 속도로 뛰어도 보고, “야!” 하며 힘껏 소리도 지르면서 최대한 즐겁게 놀아주도록 한다. 피구나 축구 등은 흔히 할 수 있는 공놀이지만, 놀면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대하는 규칙과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운동을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겁이 많고 쉽게 위축된 아이는 첫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처음에 부정적인 경험을 하면 계속 그 감정이 이어져서 극복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아이 수준에 맞게 차근차근 천천히 경험시켜야 한다. 한 번이라도 성공한 경험을 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지나치게 걱정이 많아 여러 가지로 고민된다면, 평상시 아이와 사소한 일상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으면 한다. 대인관계의 기본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상대의 표정과 말투, 감정을 읽으면서 소통하는 것이다. 사람을 사귀는 기술은 부모와 눈을 마주치면서 나눈 친밀한 대화에서 배워진다. “뭐 뭐 했니?”라고 확인하는 대화 말고 아이의 생활과 감정을 묻는 따뜻한 대화를 많이 나누자.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연스레 상대의 감정을 읽게 되고 동시에 예의도 배우게 된다. 사람을 대할 때 자신의 걱정을 적당히 다스리는 법도 차츰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