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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 脫중국, 韓엔 기회”… 과도한 규제 안 풀면 도리어 위기

입력 | 2024-03-19 23:54: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제임스 김 암참 회장과 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한국에 절호의 기회라며 과도한 규제를 풀어 이들을 유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암참은 최근 이런 내용의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지역 거점 유치 전략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보냈다. 암참이 이례적으로 38쪽 분량의 보고서를 전달한 것은 한국이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뜻에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봉쇄 등의 여파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과 홍콩을 떠나는 과정에서 한국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암참이 미국 기업 800여 곳을 대상으로 ‘아태본부를 두고 싶은 국가’를 조사했더니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2위로 올랐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정보기술(IT)·교통·물류 인프라 등이 뛰어나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문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들이다.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최고경영자(CEO)에게 과도한 형사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시로 진행되는 비정기 세무조사 등 지나친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한국행을 꺼린다고 암참은 지적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에 비해 훨씬 무거운 징역형과 벌금형을 부과한다고 비판했다.

국가별 노동 정책과 유연성 평가에서 한국은 141개국 중 97위로 싱가포르(1위), 일본(11위) 등에 한참 뒤졌다. 싱가포르는 주 44시간 근무 외에 한 달에 72시간까지 초과근무가 가능한 반면 한국은 1주일 단위로 초과근무를 계산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법인세 최고세율도 한국이 24%로 싱가포르(17%), 홍콩(16.5%)보다 훨씬 높다.

싱가포르에 아태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이 5000개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100개도 안 되는 이유들이다. 글로벌 기업이 모이는 아시아 거점이 되면 외국인 투자는 물론 첨단 기술·인력 유입이 늘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동력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이다. 세계 질서 재편 속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들어오려는 외국 기업을 내쫓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서둘러 손보지 않으면 기회는 오히려 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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