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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언론인도… 여기선 예술가가 된다

입력 | 2024-03-20 03:00:00

29일까지 대구 대덕문화전당서… ‘삼놈전 처염히 물들다’ 전시
다른 분야의 전문가 3명 모여… 현대미술 작품 전시에 힘 합쳐
남구-영남이공대 업무협약 체결… “지역 문화 발전 위해 협력할 것”



19일 대구 남구 대덕문화전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삼놈전 처염히 물들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대구 남구 제공


대구 남구는 29일까지 대덕문화전당에서 제3전시실 완공을 기념해 ‘삼놈전(參NOM展) 처염히 물들다’를 연다.

의료계와 패션계, 언론계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40∼60년 동안 일한 전문가들이 현대미술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각자의 예술적 개성을 뽐내 눈길을 끈다. 올해 78세인 산부인과 전문의 윤성도 작가는 60년 동안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무려 8차례 개인전을 열었다는 윤 작가는 그림 속에서 자유를 찾는 순수 미술을 추구한다. 지난 세월 동안 시집 4권을 출간하기도 했다. 윤 작가의 작품은 회화와 낙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아보고 질서에서 무질서를 바라볼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

언론사에서 30여 년 동안 기자로 일한 이춘호 작가는 뮤지션이자 여행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음식칼럼니스트로 통하기도 한다. 이 작가는 팬데믹 시기에 힘겨운 삶의 여정들을 지켜보면서 시대의 흐름을 담고자 현대미술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붓과 캔버스를 거부하고 손과 칼, 끌, 못, 철사 등으로 골판지나 공사장의 아스콘, 시멘트 등에 얼굴을 표현했다. 이 작가는 “곱고 예쁜 얼굴보다는 찌그러지고 망가진 절망에 길들여진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봤다”고 설명했다.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최복호 작가도 화가로 변신해 삼놈전에 참여했다. 최 작가는 순수와 진리의 시대에 대한 염원을 캔버스에 담아냈다고 한다. 최 작가는 “면의 거친 쾌감과 창백한 여인의 모습 속 푸른 욕망과 탐욕, 배신과 분노, 용서 등 다양한 감정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15일 개막식 당일부터 작가들이 특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작가는 본인의 그림으로 디자인한 두루마기를 입고 런웨이를 따라 걸으며 허공에 새로운 작품을 그리는 듯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어 영남이공대 모델테이너과 교수이자 무용가로 활동 중인 안경미 교수가 바통을 넘겨받아 춤사위를 선보였다. 세 작가의 작품으로 디자인한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따라 등장하며 개막식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날 대덕문화전당과 영남이공대는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 기관이 가지고 있는 문화 관련 지식과 기술 등의 교류를 통해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지역사회의 문화 발전 및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마련됐다. 대덕문화전당과 영남이공대는 앞으로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 및 지원과 전문 인력 간의 상호 교류 활성화, 공연 및 전시 등 행사에 대한 상호 협력 등을 약속했다. 기타 협업이 필요한 사항은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추후 협력하기로 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삼놈전 처염히 물들다’를 통해 예술의 무한한 확장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대덕문화전당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역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프라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