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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대국’ 이세돌 “AI 두려워하면 못따라가”

입력 | 2024-03-20 03:00:00

5년前 은퇴 이후 AI 기술 공부중
“기술은 계속 발전, 속도조절 중요”




“인공지능(AI)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 조절입니다. 기술이 너무 앞서 나가지 않도록 조절한다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갈 일은 없을 겁니다.”

구글 딥마인드 AI 알파고와 8년 전 세기의 대국을 펼친 이세돌 9단(사진)이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AI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코리아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19일 이 9단과의 인터뷰 영상을 공식 블로그에 공개했다.

2016년 3월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은 AI의 위력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많은 이들이 이세돌의 우세를 예견했지만, 이 9단은 1승 4패를 기록했다. 당시 1승은 알파고를 상대로 인간이 거둔 유일한 승리로 남았다. 이 9단은 “제가 당연히 이길 것으로 보고 대국을 쉽게 생각했다”며 “막상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수를 두는 모습을 보니 벽에다 테니스 공을 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AI가 은퇴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힌 그는 2019년 은퇴 이후 AI 기술 공부와 보드게임 제작 등 여러 분야를 공부 중이라는 근황을 전했다.

이 9단은 알파고의 출현이 바둑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AI가 더 완벽한 기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기보는 이제 바둑의 역사를 학습하는 용도 외에는 특별한 가치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나온 이후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히는 것 같아서 바둑이 가진 예술성이 퇴색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AI 발전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 9단은 지나친 두려움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관계없이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며 “AI를 벌써부터 두려워하는 시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이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AI 기술은 절대적”이라며 “미국과 중국 같은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우리만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다면 못 따라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