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등에 종교 공동체 의존 커져 전세계 할례 여성 8년새 3000만명↑ 유엔 “어린 소녀들 보호해야” 반발
감비아 최대 도시 세레쿤다에서 18일 할례 금지법 철회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세레쿤다=AP 뉴시스
아프리카 국가인 감비아의 의회가 ‘여성 할례 금지법’을 폐지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만약 법이 통과되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할례 금지를 철폐한 나라가 된다. 유엔 등에선 반인권적 관습으로부터 성인 여성과 어린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례를 막는 세계적인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감비아 의회는 18일 전체 의원 58명 중 42명의 찬성으로 2015년 제정된 ‘여성 할례 금지법’ 폐지 법안을 해당 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할례는 무슬림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할례를 겪은 여성은 올해 기준 8년 전 조사 당시 2억 명보다 약 3000만 명 증가한 2억3000만 명으로 파악된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관습적, 종교적 이유로 여성 할례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특히 소말리아, 지부티 등 여성 할례 경험자가 많은 나라들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할례 경험자의 수치도 줄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수년간 만연한 무력 분쟁과 식량난에 팬데믹까지 겹치며 주민들이 정부보다 소규모 종교 공동체 등에 의존한 것도 할례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월드비전은 “유럽이나 북미로 넘어간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통해 악습이 퍼져 나가며 여성 할례는 특정 지역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