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 ‘스톱’] 尹 “무모한 징벌적 과세 전면폐지”… 文정부 90%까지 상향계획 재검토 법개정 필요… 총선용 발표 논란 올해 아파트 공시가 1.52% 올라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전면 폐지를 추진한다.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2030년까지 90%(공동주택 기준)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으로 2020년 도입 후 국민 조세 부담이 급격히 오르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구체적 실행 계획 없이 총선 전 ‘폐지 방침’부터 밝힌 것을 두고 조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 혁신으로 만드는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21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이를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 했다”라며 “국민이 (세 부담 강화로) 마음 졸이는 일이 없도록 무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현실화 계획에 따라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전년 대비 19.05%, 17.20% 오르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이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영등포를 비롯한 서울 원도심을 대개조해서 도시공간을 혁신하겠다”며 도심 노후 주거지 개선 및 서민·청년 주거비용 경감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10년간 최대 10조 원까지 노후주택 정비 자금을 지원하고, 공공이 2년간 주택 10만 채를 매입해 시세 대비 저렴한 전월세로 공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아파트 ‘보유세 폭탄’ 부작용 차단… “총선직전 불쑥 발표” 논란도
文정부 때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집값 내려도 보유세 증가 부작용
부동산 전문가 “90% 목표 지나쳐”
정부 구체적 실행계획 없이 발표… 野 “사회적 합의 거쳐 개정해야”
집값 내려도 보유세 증가 부작용
부동산 전문가 “90% 목표 지나쳐”
정부 구체적 실행계획 없이 발표… 野 “사회적 합의 거쳐 개정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21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5년간 공시가격을 연평균 10%씩 총 63%까지 올려 결과적으로 집 한 채 가진 보통 사람들의 거주비 부담이 급등했다”며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거주비 부담을 급등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민생을 악화시켜 왔다”고 했다.
● “적정 현실화율 상승 없이 유지” 방침
국토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단독주택과 아파트, 주택과 상가 등 가격별, 지역별, 유형별로 차이가 나는 시세 반영률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따라서 적정 현실화율이 고정되더라도 부동산 종류나 가격, 지역에 따라 현실화율이 현재보다 높아지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공동주택, 단독주택, 토지 등 성격에 따라 시세 반영률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맞추는 작업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국회 문턱 넘으려면 야당 동의 필요
전문가들은 시세의 90%라는 기존 목표치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시세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부동산 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그때그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세를 기반으로 일정 비율로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동시에 각종 정책 목적에 따라 과세표준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야당과의 합의를 거쳐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부동산공시법 26조는 ‘현실화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려면 이 조항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국토부는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절차 시작 전에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올해처럼 현실화율을 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우철 국토교통수석전문위원은 “문제가 있는 공시가격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재검토가 필요하지만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측면만 부추겨 갈라치기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현실화 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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