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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이라 받았는데 보이스피싱?…번호 조작해 54억 가로챈 일당 검거

입력 | 2024-03-20 11:25:00

게티이미지뱅크.


발신번호 조작 장치를 이용해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보이스피싱을 벌여온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20일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중국·태국·남아공 등 다국적 외국인으로 구성된 역대 최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 운영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조직에서 활동한 조직원 21명은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명 골드(GOLD)라 불리는 총책이 조직한 보이스피싱 중계기 운영 범죄집단에 가입한 후, 수당지급책, 부품보관소 관리책, 중계기 관리책, 환전책 등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이용해 번호를 조작한 후,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피해자 170명에게서 약 54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작 중계기는 휴대전화 발신 번호를 조작할 수 있는 장치다. 주로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해외에서 온 전화를 국내에서 온 것처럼 위장하는 데 사용된다.

이들 중 총책(중국인)은 중국 연길에서 자금 관리책, 조직원 관리책 등과 함께 중계기 운영 범죄집단을 조직하고,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 국내 조직원을 모집하고 텔레그램을 이용해 범행을 지시했다.

중국·태국·남아공·아이티 출신의 국내 조직원들은 중계기 관리책, 환전책, 수당지급책 등으로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다. 이들은 가담 기간에 따라서 중요한 업무를 배당받았고, 업무 내용에 따라서 매주 50~100만 원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중계기 부품뿐 아니라 조직원에게 지급하는 수당까지 ‘던지기 방식’으로 전달했으며, 구성원들끼리도 서로를 모르게 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검찰은 범행에 사용된 계좌 거래내역, 텔레그램 대화 및 포털사이트 접속내역 등을 분석해 신속하게 중계소 11곳 및 부품보관소 4곳을 특정한 뒤 중계기와 대포 유심 등을 압수했다.

또 검찰은 중국에 체류하는 총책과 간부급 조직원들의 신원을 특정한 상태로, 국제 공조를 통해 이들을 추적 중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외를 거점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해외 거점 범행을 가능하게 하는 국내 중계기, 대포 유심, 대포통장 운영조직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겠다”라고 전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