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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1월 월세 비중 역대 최대… 지방 ‘전세의 월세화’ 빨라진다

입력 | 2024-03-21 03:00:00

2021년 34%→올해 56%로 급상승
전세 기피에 월세 가격 고공행진
공시가 하락 지방, 전세보증 초과
초과분만큼 월세로 전환 늘듯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기피’ 현상이 계속되면서 빌라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이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서 다세대·연립주택 공시가격이 하락한 곳이 많아 전세보증금 보증보험 가입 조건을 맞추려면 전세 보증금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20일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월 전국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월세 거래량 2만1146건 중 월세 거래는 1만1878건으로, 비중이 56.2%였다.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부산(80.5%)에서 월세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경남(76.3%), 세종(75.9%), 충남(75.3%) 순이었다. 1월 기준 월세 비중은 2021년 34.4%, 2022년 42.8%, 지난해 53.2%로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아직 실거래가 집계가 끝나진 않았지만, 20일까지 신고된 2월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56.8%였다. 1월보다 0.6%포인트 더 높다.

월세 쏠림은 월세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1월 기준 전국 100만 원 이상 월세 거래는 923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175건, 2021년 225건, 2022년 495건, 2023년 802건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100.14로 2018년 1월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세 기피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월세 선호 현상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대구, 부산 등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하락한 지방에서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1월부터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세보증 가입 기준 상한선을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낮췄다. 여기에 공시가격 하락까지 겹친 것이다. 집주인들은 상한선을 초과하는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이를 월세로 받아야 전세보증을 갱신할 수 있다.

실제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전용면적 78㎡ 규모의 다세대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2억8500만 원으로 지난해 2억9900만 원에서 4.7% 하락했다. 지난해 이 주택은 공시가격의 150%인 4억4850만 원까지 보증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공시가의 126%인 3억5910만 원 이하여야 보증이 갱신된다. 보증금을 최대 8940만 원까지 낮춰야 하는 셈이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전용 75㎡ 다세대주택도 공시가격이 4억8300만 원에서 4억6800만 원으로 낮아지면서 보증금 상한선이 7억2450만 원에서 5억8968만 원이 됐다. 이 집을 2년 전 보증금 7억2000만 원에 전세를 주고 전세보증을 가입했던 집주인이라면 올해 계약 때 약 1억3000만 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보증을 갱신할 수 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빌라를 매입해 시세 90% 수준에 전세로 내놓는 ‘든든전세주택’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공공은 재원이 한정적이고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렵다”며 “기업형 장기임대를 늘리려면 임대료 제한 등 규제를 빠르게 풀어 수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