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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갈아타기 첫달, 금리 찔끔 하락… 서민 주택엔 ‘그림의 떡’

입력 | 2024-03-21 03:00:00

1월 주담대 금리 0.22%P 내려
가계대출 0.31%P 하락보다 작아
소규모 단지-빌라 등 시세조회 안돼
서민들 온라인 대환대출 이용 못해




서울 강서구에 사는 노모 씨(36)는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가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주담대)까지 확대됐다는 소식을 듣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갈아타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거주하는 아파트가 60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단지여서 시세 조회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노 씨는 “거래가 빈번한 대단지 아파트 거주자보다 나 홀로 아파트, 빌라, 다세대 가구에 사는 서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더 클 것”이라며 “서민들도 온라인에서 쉽게 주담대를 갈아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스마트폰으로 주담대를 보다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가동된 첫 달,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하락 폭이 전체 가계대출 금리 하락 폭보다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갈아타기 이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식으로 서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은행권의 만기 10년 이상인 주담대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분할상환 기준)는 연 4.11%로 지난해 12월(4.33%) 대비 0.2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신규 취급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5.60%에서 5.29%로 0.31%포인트 떨어졌다. 가계대출보다 주담대 금리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1월 초부터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출자들이 직접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핀테크 및 금융사 앱에서 여러 은행의 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대환할 수 있게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서비스를 개시한 1월 9일부터 2월 7일 낮 12시까지 총 2만3598명의 소비자가 4조2000억 원 규모의 갈아타기를 신청했다. 대출을 갈아탄 소비자는 평균 약 1.55%포인트의 금리 하락과 1인당 연간 기준 294만 원의 이자 절감 효과를 봤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의 이용 고객이 ‘시세 조회가 가능한 아파트’로 한정돼 있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폭넓게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담대 갈아타기 이용자의 약 98%가 KB부동산 시세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KB부동산에서 시세 조회가 가능한 매물 수는 약 230만 채로 이 가운데 원룸, 투룸, 빌라 등의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 다세대, 연립주택 등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상당수가 온라인에서 주담대를 갈아타기 힘들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대면 주담대를 취급할 때 시세가 없는 주택에 한해 진행하는 감정평가 기준을 온라인상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의 감정평가, 부동산 시세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온라인 주담대 갈아타기의 이용자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갈아타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상 주택 유형을 늘리고 이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