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활성화도 한몫 이달 19일까지 4조4197억 발표 금융주 등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일부선 “장기적 경쟁력 약화 우려”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늘리면 고질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자본금 유출로 인해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등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자사주 소각 규모 1년 새 7.1배로 급증
투자업계는 지난해부터 행동주의 펀드 등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사주 소각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2019년 1조231억 원이었던 소각 규모는 2021년 2조5186억 원으로 불어난 뒤 지난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국내 대표적인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인 금융주들이 자사주 소각 결정의 영향으로 연초 대비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나금융의 주가가 42.9% 올랐고 KB금융(36.4%), 신한지주(21.5%), 우리금융지주(13.2%)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고, 발행 주식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상승한다”며 “자사주가 다시 유통시장 매물로 나오는 오버행 우려가 사라진다는 것도 주가 안정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고 설명했다.
● 과도한 자금 유출로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다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과도한 자금을 투입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연초 대비 14.7%가량 빠졌다. 자사주 소각만으로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주환원도 중요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이나 인수합병(M&A) 등에도 자금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