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작년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소재 파트너십 현대차그룹 유상증자로 고려아연 신주 5% 취득 고려아연, 신사업 확대 박차… 한화 이어 대기업 협력↑ 영풍 “경영상 목적 아닌 지배권 방어 위한 신주발행” 주장 고려아연 “배터리 소재 신사업 확대 일환” 반박 19일 주총 후 화해무드 언급한 영풍, 지난 6일 소송 제기
고려아연은 영풍이 작년 9월 13일 고려아연과 현대자동차 해외합작법인인 HMG글로벌간 이뤄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의한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20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영풍이 요구한 신주발행무효 대상 주식은 액면가 5000원, 보통주식 104만5430주다.
작년 8월 30일 고려아연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전략소재인 니켈 원재료 공동 소싱과 가공 및 중간재 공급 안정화, 폐배터리 재활용을 비롯한 신사업 모색 등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미래 성장 동력인 트로이카드라이브 일환으로 제련업을 넘어 배터리 핵심소재 분야 사업 강화를 꾀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과 니켈 사업 협력 등을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올인원 니켈 제련소’ 건설을 골자로 한 니켈 제련사업 투자 계획을 이날 발표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과 지분 계약에 앞서 약 1년 전인 2022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한화그룹 계열 북미법인으로부터 지분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한화그룹 지분 투자에 대해서는 장형진 영풍 고문의 고려아연 이사회 불참 등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데 그쳤지만 현대차그룹 지분 투자에 대해서는 불만 표출에 이어 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 고려아연, 현대차그룹 투자로 지분경쟁 새 국면… 지분율 역전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HMG글로벌)을 대상으로 단행한 유상증자를 고려아연과 영풍의 지분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터닝포인트’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하면서 고려아연을 실제로 경영하는 최윤범 회장 및 최씨 일가 측 우호지분이 장형진 고문 및 장씨 일가 측 지분율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장씨 일가 측 지분이 최씨 일가 측 지분보다 약 10%가량 많았다. 특히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자 했던 장형진 고문 등 영풍 측은 2023년 초반부터 개인회사(씨케이, 에이치씨 등)까지 활용해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당시에만 약 2000억 원을 투입해 장내매수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형진 고문 등 장씨 일가 입장에서는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였는데 최윤범 회장이 대기업과 협력해 단번에 지분율을 끌어올린 모습이 못마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당시 실제로 영풍 측이 법적대응을 거론한 것으로 동아닷컴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측은 이에 대비해 관련 법률자문을 받아 사업 전반에 대해 다시 점검하기도 했다.
영풍 측의 이번 소송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HMG글로벌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합리적인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상법 등 관련 법규와 회사 정관을 토대로 경영상 목적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사업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손에 꼽히는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업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기술적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새로운 기회”라고 반박했다.
영풍 측 법적대응에 대한 모순점도 언급했다. 고려아연 측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유상증자를 반대하면서 당시 신주발생금지 가처분 등을 제기하지 않은 점과 영풍이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HMG글로벌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찬성한 점은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