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짧은 머리를 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왼쪽)가 위조 여권 사용 등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 결정이 확정됐다.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인 비예스티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20일(현지시간) 권도형 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한국 송환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권도형이 항소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항소심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한국의 송환 요청이 미국의 요청보다 순서상 먼저 도착했다는 1심 판단이 옳았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법원은 지난 5일 권도형을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던 판결을 뒤집고 재심리를 명령했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서가 미국의 인도 요청서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이틀만인 7일께 권도형의 한국 송환 판결을 내렸다.
권씨의 신병 인도는 이르면 이번 주말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현재 권 씨는 몬테네그로에서 문서 위조 혐의로 4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데 이 형기는 오는 23일 만료된다.
테라·루나 사태는 지난 2022년 테라USD(UST)의 1달러 가격이 무너지면서 루나 코인 가격도 99% 이상 폭락, 전 세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위협을 가한 사건이다. 테라USD(UST)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와 1:1로 연동된다. 이 UST의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쓰이는 ‘자매 코인’이 루나다.
권도형은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으로 투자자들에게 50조 원 이상의 피해를 준 주범으로 꼽힌다.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 말 출국해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다 같은 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될 권 씨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될 경우보다 낮은 형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 사범에게 최고 징역 40년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기 때문에 최대 징역 100년까지 받을 수 있다.
권 씨의 신병이 확보되면 ‘테라·루나’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씨가 테라·루나를 직접 설계한 장본인인 만큼 프로젝트의 실현 불가능성과 폭락 사태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를 포함해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권 씨가 받는 혐의는 크게 5가지다. ‘테라·루나’ 사태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거의 동일하다.
차이코퍼레이션은 테라폼랩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업이다. 차이코퍼레이션의 신현성 전 총괄대표가 권 대표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 전 대표도 2019년 테라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