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패권 좌우할 양자컴퓨터 “초전도 아닌 중성원자 활용 개발 20년 연구 기존 방식과 성능 비슷” 네이처지 게재… 게임체인저 주목
최순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양자컴퓨터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 교수는 최근 중성원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최순원 교수 제공
미래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기술로 꼽히는 양자컴퓨터 분야에 새로운 개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IBM이나 구글이 활용한 ‘초전도 방식’이 아닌 ‘중성원자’를 활용한 방식이다. 최근 이 방식이 구글의 양자컴퓨터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양자컴퓨터 개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중성원자 60개를 활용한 양자 시뮬레이터(특수 목적으로 개발된 양자컴퓨터)가 구글의 양자컴퓨터와 유사한 성능을 보였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의 저자는 한국인 과학자 최순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최준희 스탠퍼드대 전자공학과 교수다. 최순원 교수는 지난해 제37회 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이기도 하다. 최순원 교수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줌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된 지 5년에 불과한 중성원자 방식으로 20년간 연구해 온 기존 방식과 비슷한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입자인 양자를 이용해 연산하는 컴퓨터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암호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어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의 양자컴퓨터 성능을 비교할 수 있는 검증 방법을 제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중성원자 방식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최순원 교수가 개발한 검증 방법으로 비교한 결과 중성원자 60개로 만든 양자컴퓨터는 구글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와 유사한 성능을 보였다. 이온트랩으로 개발된 미국 퀀티넘의 양자컴퓨터 ‘H2’보다는 약간 부족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최순원 교수는 “중성원자 방식은 다른 방식에 비해 원자(큐비트)의 수를 늘리는 게 쉽기 때문에 좀 더 연구된다면 빠르게 성능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초전도 방식의 경우 초전도성을 띠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합성해야 하지만 중성원자는 우리 주변에 떠다니는 원자를 고정시키기만 하면 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마뉴엘 안드레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18일 사전논문게재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중성원자 방식으로 6100개의 큐비트를 구현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순칠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은 “중성원자 방식이 양자컴퓨터 개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올 한 해 지켜보면 판도가 완전히 바뀔지 아닐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