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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 “이종섭 귀국 명분 위해 방산 공관장 회의 급조”

입력 | 2024-03-21 03:00:00

[총선 D―20]
25일 호주 등 6개국만 대상 이례적
주초 개최 논의, 어제 일정 최종 확정
오늘 귀국 李, 수사관련 입장 밝힐듯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5일 열리는 방산 재외공관장 회의를 이유로 21일 귀국한다. 외교가에선 이 회의가 이 대사의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된 ‘원포인트’ 회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이 대사는 다음 달 총선 이후 모든 공관장이 참석하는 재외공관장 회의를 위해 귀국한 후 공수처 수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20일 오전 외교부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 주관으로 25일부터 주요 방산협력 대상인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공관장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6개국은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회의 개최가 논의된 건 이번 주초였고 20일 일정이 최종 확정돼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수출금융 한도 문제가 있던 폴란드 방산 수출 건으로 관련 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전부터 있었다”면서도 “이 대사가 참석하는 방안은 원래 계획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이 대사가 귀국하는 그림을 만들려면 가장 자연스러운 게 방산”이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가별 맞춤형 방산수출 지원 방안을 논의하려면 방산 관련 핵심 공관장들만 참석하는 회의가 효율적이다”라고 했다. 다만 일부 지역 공관장만 대상으로 서울에서 대면 회의가 열리는 건 이례적이다. 회의 기간이나 세부 일정도 이날 발표 때까지 확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 일각에서도 “이 대사를 위해 다른 공관장들까지 귀국시킨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방산업체들로부터 회의 때 필요한 수출 지원 건의사항을 취합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사는 21일 귀국해 공수처 수사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수처는 이 대사의 조사 시점에 대해 “제반 수사사항을 고려해 수사팀이 피의자와 협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포렌식 등이 마무리되지 않아 곧장 이 대사를 불러 조사해도 실익이 없을 거란 의견과 이 대사가 귀국 후 스스로 출석한다면 조사를 못 할 것도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