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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혁신의 골든타임 ‘글로컬대학’[기고/박대현]

입력 | 2024-03-22 03:00:00


박대현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진다’라는 대학의 ‘벚꽃 엔딩’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존립이 위협받는 지방대학의 어려운 현실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인 저출생률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멸 현상, 4차 산업혁명과 고등교육 간 낮은 부합도 등은 동시에 대학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지방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제1차 지방시대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 역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대학혁신지원’ 사업 내에 지방 사립대의 특성화 유형을 추가하고 비수도권 대학의 활성화·특성화를 강조했다. 이러한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정책과 발맞춰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는 정책 중 하나가 바로 ‘글로컬대학 30’이다.

글로컬은 국제와 지역의 합성어인데 지역 특화가 세계적 경쟁력이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지역 우수 인재들이 누구나 가고 싶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비수도권 지역대학을 의미한다.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면 이들은 5년간 1000억여 원을 지원받게 된다. 이러한 정책의 방향은 명료하다. 과감한 지원을 통해 대학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도록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총 108개 대학이 94건의 혁신 기획서를 제출했고 예비지정 평가와 본지정 평가를 거쳐 최종 10곳이 선발됐다. 대학 유형별로는 국공립대가 7곳, 사립대가 3곳이고 대학 간 연합이 4곳(대학 8곳)이다.

먼저 강원대·강릉원주대는 지역 거점대학으로서 1도 1국립대학 거버넌스 혁신을 앞세웠다. 경상국립대는 산·학·연 협력을 통해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허브 대학으로 도약한다. 부산대·부산교육대는 국립대와 교육대가 통합해 세계적 교육 인프라를 구축한다. 순천대는 정원의 75%를 지역 수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배정한다. 안동대·경북도립대는 지역 내 교육·연구기관을 통합 운영하는 공공형 대학 모델을 보여줄 예정이다. 울산대는 지·산·학 펀드를 조성해 재정 혁신을 시도하고 멀티 캠퍼스를 설치한다. 전북대는 대학·산업도시를 조성해 국제캠퍼스에 최대 5000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계획이다. 충북대·한국교통대는 대학 통합 후 캠퍼스별 주력 산업 연계형 인재를 양성한다. 포항공과대는 글로벌 창업 퍼시픽밸리를 조성해 지속가능한 재정 펀딩을 혁신한다. 한림대는 학과의 벽을 허물고 초개별화된 AI 교육 방식을 도입한다.

글로컬대학은 올해에도 10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글로컬대학 지정에 도전한다면 어떤 핵심 역량이 요구되는지 높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를 요약하면 대학이 소속된 지역의 산업·사회와 연계하고 특화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

첫째는 지방대학으로서의 브랜딩이다. 글로컬대학은 비단 수도권 대학과의 경쟁 우위뿐 아니라 국제적 위상을 갖춘 대학과 비교했을 때도 경쟁력을 갖춘 브랜딩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고 국제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등 지방대학의 도약을 위한 중요한 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

둘째는 지역경제의 활성화다. 글로컬대학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가 가고 싶어 하는 대학, 다른 지역에서도 오고 싶어 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신산업 창출에 이바지함으로써 지역 정주율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 발전에도 기여하는 등 지역과 동반성장해 줄 것을 기대한다.

글로컬대학들이 지역 중심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로 위기에 놓인 지역과 대학, 그리고 국가 발전에 신선한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박대현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