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인텔 4 공정 기반의 ‘인텔 코어 울트라’ 모바일 프로세서가 첫선을 보였다.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온디바이스 AI 처리를 위한 NPU(신경망 처리 장치)가 장착되며, 반도체의 핵심인 아키텍처를 새로 설계해 성능 효율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성능 코어와 효율 코어로 고성능 및 저전력 성능을 동시에 충족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그대로 적용하며, Xe-LPG 아키텍처 기반의 인텔 아크 내장 그래픽을 탑재해 GPU 성능도 크게 올랐다.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가 탑재된 2024 그램 15와 13세대 인텔 코어 i5-1340P를 탑재한 레노버 요가 슬림 7i 8세대를 비교했다 / 출처=IT동아
공개 이후 3개월이 지난 지금은 LG전자 그램 시리즈와 삼성전자의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를 비롯해 에이수스, HP, 레노버, 델, MSI 등 약 400여 종 이상의 인텔 코어 울트라 노트북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라면 인텔 코어 울트라의 AI 기능에 의문을 표할 것이고, 오히려 가격대가 저렴해진 13세대 인텔 코어 노트북을 고려할 수 있다. 13세대 인텔 코어 i5-1340P가 탑재된 레노버 요가 슬림 7i 8세대와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가 탑재된 LG전자 2024 그램 15 비교로 성능 차이를 짚어봤다.
NPU 추가 및 새 설계 반영한 인텔 코어 울트라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의 CPU-Z 정보 및 장치 관리자의 NPU 정보 / 출처=IT동아
현재 출시된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소비전력 9~15W 급의 U 시리즈와 28~45W급 H 시리즈로 나뉜다. 저전력, 고효율 모델을 찾는다면 U 시리즈가 적합하고, 일반적인 성능의 작업용 PC가 필요하다면 H 라인업을 선택한다. 2024 LG 그램은 U, H 시리즈가 모두 탑재되는데, 리뷰에는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 및 16GB 메모리 탑재 모델을 썼다.
이전 세대 프로세서는 AI 기능을 위해 CPU와 GPU가 모두 동원되는데, 두 장치 모두 AI 처리에 최적화되지 않아 전력 효율 및 성능이 좋지 않다. 이때 NPU를 사용하면 전력 소모는 적고, AI 성능은 높일 수 있다. 인텔 역시 이제 막 NPU 활용처를 높여가는 상황인데, NPU 유무에 따른 차이는 분명하다.
노트북 실사용 성능, 방열 성능이 영향 미쳐
블랜더 4.0 테스트 결과, 방열 성능이 부족한 LG 그램의 성능이 조금 더 낮다 / 출처=IT동아
프로세서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CPU 및 GPU 성능을 변별력 있는 점수로 환산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들을 실행했다. 가장 먼저 3D 렌더링 프로그램의 성능을 확인하는 블랜더 4.0 벤치마크 테스트를 시행했다, 블랜더 4.0 벤치마크는 1분에 몇 프레임을 처리했는지를 기준으로 성능을 판단한다. 이때 인텔 코어 i5-1340P의 성능은 총합 95.43점이며,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는 89.59점이다.
3D마크: CPU 프로파일 결과 역시 방열 성능이 더 나은 레노버 요가 슬림 7i 점수가 더 높다 / 출처=IT동아
CPU 스레드 당 성능을 각각 확인하는 3D 마크:CPU 프로파일 테스트도 진행했다. 인텔 코어 i5-1340P의 전체 성능은 3926점, 16스레드 3536점, 단일 스레드 944점으로 나타났다. 동일 테스트에서 인텔 코어 울트라 125H는 전체 3553점, 16스레드 3407점, 단일 스레드 808점으로 확인된다. 참고로 3D마크의 데이터 시트 상 코어 i5-1340P의 평균 전체 성능은 4890점,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의 평균 전체 성능은 6299점이다.
해당 테스트만 놓고 13세대 코어 i5-1340P가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보다 성능이 높다고 보면 안된다. 단지 LG 그램보다 레노버 요가 슬림 7i의 방열 성능이 더 좋아 성능 상한선이 높을 뿐이다. 만약 두 대가 같은 기종이라면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의 성능이 더 잘나왔을 것이다. 이는 LG 그램을 포함한 모든 초경량 노트북의 구조적 문제이며, 프로세서의 성능이 부족한 게 아니다.
실사용 성능을 점수로 환산하는 PC마크 10 결과는 GPU 성능 향상에 힘입어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의 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 / 출처=IT동아
하지만 단순 CPU 성능만 차이 날 뿐, GPU 성능을 합치면 차이가 크다. PC 전반의 실사용 성능을 확인하는 PC마크 10으로 성능을 비교했다. 테스트 항목은 앱 실행속도 및 화상회의, 웹 브라우징 성능 등으로 구성된 에센셜 항목과 엑셀 및 워드 성능으로 구성된 생산성, 사진 편집, 시각화 및 렌더링, 비디오 편집으로 구성된 디지털 콘텐츠 창작 항목으로 나뉜다.
이때 인텔 코어 i5-1340P의 성능은 에센셜 1만 511점, 생산성 7196점, 디지털 콘텐츠 창작에서 5781점을 획득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는 에센셜 1만 268점, 생산성 8329점, 디지털 콘텐츠 창작에서 7780점을 획득했다. GPU 성능이 오른 덕분에 CPU와 GPU 모두 쓰는 조건의 성능이 훨씬 좋아졌다.
한층 높아진 그래픽 성능, 보급형 외장 그래픽에 준해
내장 그래픽 성능은 13세대 인텔 코어 i5-1340P가 4803점,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가 7057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 출처=IT동아
그래픽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DX 11 기반의 게이밍 성능을 점수로 환산하는 3D마크:파이어스트라이크 결과, 인텔 코어 i5-1340P의 그래픽 점수는 4803점, 물리 점수는 1만 5334점이다. 인텔 코어 울트라 125H는 그래픽 점수 7057점, 물리 점수 1만 3859점으로 CPU 점수는 소폭 낮지만 그래픽 점수가 훨씬 높다.
확연히 차이나는 온디바이스 AI 성능
UL 프로키온을 활용해 13세대 인텔 코어 i5-1340P의 CPU 성능과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의 CPU 성능, 그리고 내장된 3720 VE NPU를 각각 테스트했다 / 출처=IT동아
인텔이 코어 울트라 시리즈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온디바이스 AI 지원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CPU 및 GPU의 FP16, FP32, 인티저 성능을 확인하는 UL솔루션즈의 UL 프로키온(Procyon) AI 추론 벤치마크로 코어 i5-1340P와 코어 울트라 5 125H CPU 및 125H에 내장된 3720 VE NPU를 각각 테스트했다.
벤치마크는 인텔 오픈비노 모델을 활용했고, MobileNET V3, ResNet 50, Inception V4, DeepLab V3, YOLO V3, Real-ESRGAN 여섯 가지 모델을 각각 FP16으로 3분 간 처리한 뒤 추론 시간 중앙값으로 점수를 낸다. 이때 전체 점수는 인텔 코어 i5-1340P가 52점, 코어 울트라 5 125H가 56점을 획득했다. 그리고 내장된 3720 VE는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의 CPU보다 352% 더 높은 253점을 획득했다.
인텔은 원API, 파이토치 기반으로 구축된 딥러닝이나 데이터 분석, 기계학습 가속화 등 AI 작업에 NPU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하며, 별도 툴킷 제공 등으로 NPU 가속을 쓸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직종 종사자라면 작업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포토샵 카메라 RAW로 동일 화상의 노이즈를 처리한 결과,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가 더 빨리 처리했다 / 출처=IT동아
AI 지원 소프트웨어의 성능도 훨씬 낫다. 인텔은 어도비, 블랙매직디자인, X스플릿, 토파즈랩스 등 100여 개 이상의 기업과 협력해 각 프로그램 내 AI 기능에 인텔 코어 울트라가 호환되게 작업 중이다. 예를 들어 RAW 사진 파일의 노이즈를 AI로 축소하는 기능을 온디바이스 AI로 처리한다거나, 동영상 배경음악을 AI로 분리하는 기능 등이 있다.
실제로 40.8MB 용량의 RAW 파일을 AI 디노이즈한 결과, 인텔 코어 i5-1340P는 약 5분 56초가 소요됐고,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는 4분 20초가 소요됐다. 다만 인텔 코어 울트라 5 125H는 NPU보다는 CPU 및 GPU로 데이터를 처리한 것 같으나, 추후 업데이트 등을 통해 NPU가 호환된다면 기존 제품보다 3~4배 이상 빨리 처리될 것이다.
AI 기능, 개발 비중 높다면 선택하는 게 유리
최신의 작업 환경, 특히 생성형 AI 등에 관심이 많다면 인텔 코어 울트라를 고르는 게 맞다 / 출처=IT동아
AI 활용 비중이 떨어진다면 13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와 인텔 코어 울트라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AI 개발 환경이나 최신 소프트웨어에 추가되고 있는 AI 기능의 활용 빈도가 높다면 시간이 갈수록 체감 차이가 커질 것이다. 또한 생성형 AI 기업들이 서버 부하를 낮추기 위해 노트북에서 AI를 처리하는 게 추세가 될 예정이어서, 나중에는 NPU 유무가 더 크게 차이 날 것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한다면 13세대보다는 향후 작업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인텔 코어 울트라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도 그래픽 성능 향상은 크게 체감된다. 기존의 13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는 내장 그래픽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인텔 코어 울트라는 보급형 외장 그래픽 카드인 엔비디아 지포스 MX450, GTX 1050보다 성능이 높다. 일반 작업 환경은 물론 게이밍도 노려볼 정도다. 13세대 인텔 노트북의 가격이 점점 더 내리겠으나, 최신의 작업 환경을 선호한다면 인텔 코어 울트라를 선택하자.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