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연안에서 발견된 호랑무늬딱총새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제주 서귀포 섶섬 연안. 바다 저 아래 모랫바닥에 집을 짓고 물고기와 상부상조하며 함께 사는 ‘딱총새우’가 발견됐습니다. 물고기와 공생하는 딱총새우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서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들이 발견된 것은 지난해 11월.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박진호 전북대 교수와 제주 서귀포 섶섬 연안 수심 15m에서 딱총새우류 2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서귀포 바닷속 딱총새우는 한 집에 ‘붉은동갈새우붙이망둑(망둑어)’, ‘청황문절’이라는 두 종류의 물고기와 같이 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새우가 왜 물고기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까요?
딱총새우가 굴을 보수하는 동안(①) 망둑어(②)가 꼬리를 화살표 모양으로 흔들며 포식자가 없는지 감시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또 딱총새우가 집을 수리하는 동안 망둑어는 주변을 살피며 경비를 서주기도 합니다. 딱총새우는 굴 주변의 모래나 조개껍질로 굴 입구가 막히지 않도록 집게발로 늘 집을 보수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사이 망둑어는 집 근처에서 주변 포식자의 접근을 감시합니다.
다만 이번에 같이 발견된 청황문절은 망둑어처럼 임대료를 내는 ‘정식 세입자’라기보다는 잠시 ‘무임승차’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청황문절은 위협을 느껴도 딱총새우에게 알려주는 상호작용이 없어 ‘공생’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며 “청황문절도 위협을 느끼면 바위 밑이나 굴로 숨는 습성이 있어 호랑무늬딱총새우가 판 굴을 피난처로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뜻해진 바다, 지구 온난화 영향?
한 집에서 함께 발견된 딱총새우(①)와 망둑어(②), 청황문절(③).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우리나라에도 그동안 딱총새우류가 아주 없던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 26종의 딱총새우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렇게 다른 물고기와 함께 사는 습성을 지닌 종이 확인된 것이 처음인 것이죠.
다만 연구진은 서귀포시 연안에서 호랑무늬딱총새우가 간헐적으로 관찰되고 있어 딱총새우가 이 지역에 완전히 정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몸 전체에 호랑이와 유사한 무늬를 갖고 있는 특징을 바탕으로 이 종을 ‘호랑무늬딱총새우(가칭)’라는 국명을 부여하고 올해 안에 학계에 보고할 계획입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