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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놓는 바다의 건물주’ 딱총새우가 우리 바다에서 발견된 이유는[김예윤의 위기의 푸른 점]

입력 | 2024-03-22 12:00:00


제주 서귀포시 연안에서 발견된 호랑무늬딱총새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내가 집 빌려줄게, 대신 누가 우리 잡아먹으러 오는지 보초 좀 서줄래?”

제주 서귀포 섶섬 연안. 바다 저 아래 모랫바닥에 집을 짓고 물고기와 상부상조하며 함께 사는 ‘딱총새우’가 발견됐습니다. 물고기와 공생하는 딱총새우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서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들이 발견된 것은 지난해 11월.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박진호 전북대 교수와 제주 서귀포 섶섬 연안 수심 15m에서 딱총새우류 2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 집 수리하는 새우, 보초서는 물고기

서귀포 바닷속 딱총새우는 한 집에 ‘붉은동갈새우붙이망둑(망둑어)’, ‘청황문절’이라는 두 종류의 물고기와 같이 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새우가 왜 물고기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까요?

딱총새우가 굴을 보수하는 동안(①) 망둑어(②)가 꼬리를 화살표 모양으로 흔들며 포식자가 없는지 감시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딱총새우는 모랫바닥에 굴을 파서 집으로 씁니다. 이 집을 망둑어 종류의 물고기에게 빌려주고 함께 살면서 망둑어의 배설물을 먹이로 먹습니다. 망둑어에게 집을 임대해주고, 일종의 임대료로 먹이를 얻는 셈이죠.

또 딱총새우가 집을 수리하는 동안 망둑어는 주변을 살피며 경비를 서주기도 합니다. 딱총새우는 굴 주변의 모래나 조개껍질로 굴 입구가 막히지 않도록 집게발로 늘 집을 보수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사이 망둑어는 집 근처에서 주변 포식자의 접근을 감시합니다.

망둑어가 먼저 집에서 나와 근처에 적이 없는지 상황을 확인하고, 안전하면 꼬리를 흔들어 물결을 일으켜 딱총새우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신호를 받은 딱총새우는 굴 밖으로 나와 수리를 시작합니다. 집을 수리하는 중에도 딱총새우가 길게 발달한 더듬이를 망둑어의 몸에 갖다대고 위험 신호를 감지합니다.

다만 이번에 같이 발견된 청황문절은 망둑어처럼 임대료를 내는 ‘정식 세입자’라기보다는 잠시 ‘무임승차’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청황문절은 위협을 느껴도 딱총새우에게 알려주는 상호작용이 없어 ‘공생’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며 “청황문절도 위협을 느끼면 바위 밑이나 굴로 숨는 습성이 있어 호랑무늬딱총새우가 판 굴을 피난처로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뜻해진 바다, 지구 온난화 영향?

한 집에서 함께 발견된 딱총새우(①)와 망둑어(②), 청황문절(③).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진이 서귀포에서 발견된 딱총새우를 분석한 결과 이 새우의 정확한 이름은 국내 미기록종인 ‘알페우스 벨루루스(Alpheus bellulus)’ 종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기록종은 해외에선 서식하는 것이 알려진 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어 기록이나 보고가 없는 종을 말합니다. 2018년부터 관찰됐지만 위협을 느끼면 재빨리 모랫속 굴로 피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정확히 종을 확인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도 그동안 딱총새우류가 아주 없던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 26종의 딱총새우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렇게 다른 물고기와 함께 사는 습성을 지닌 종이 확인된 것이 처음인 것이죠.

원래 이 딱총새우 종은 일본 남부 연안 등 열대·아열대 바다에서 사는 종입니다. 온대기후인 우리나라 바다가 보다 따뜻해졌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9월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0여년 간 국내 바다 수온은 1.35도 상승했습니다. 1968~2022년 54년 동안 전세계 표층 수온이 0.52도 상승한 데 비해서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서귀포시 연안에서 호랑무늬딱총새우가 간헐적으로 관찰되고 있어 딱총새우가 이 지역에 완전히 정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몸 전체에 호랑이와 유사한 무늬를 갖고 있는 특징을 바탕으로 이 종을 ‘호랑무늬딱총새우(가칭)’라는 국명을 부여하고 올해 안에 학계에 보고할 계획입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