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스 할스, 쿠네라 판 베어스드롭(Cunera van Baersdrop)의 초상. 1625년경. Susan and Matthew Weatherbie Collection. 사진 레익스미술관 제공.
고요함의 페르메이르, 움직임의 할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우유를 따르는 사람, 1660년 경. 사진 레익스미술관 제공. Rijksmuseum, Amsterdam. Purchased with the support of the Vereniging Rembrandt
- 할스와 페르메이르를 비교한다면 어떻게 다른가요?
할스의 그림은 이와는 정반대로 큰 움직임과 반응을 그리려고 해요. 할스가 만든 기적은 카메라가 발명되기 200년 전에 일종의 ‘스냅숏’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림 속 어떤 사람은 완전히 측면으로 관객을 보지 않게 묘사되어 있는데, 1초 뒤엔 꼭 나를 쳐다볼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요.
이런 것들은 요즘에는 사진이나 영화 같은 매체가 흔해서 새로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동감 있는 표현을 매일 신문이나 광고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할스의 새로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프란스 할스의 ‘즐거운 류트 연주자’(1624-8)가 걸린 전시장 풍경. 레익스미술관/알베르티너 데이케마 제공
그런데 저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레익스미술관장을 맡았던 슈미트 데헤너의 말을 인용하고 싶어요. 데헤너는 페르메이르가 “2급 작가 중에서는 가장 잘 그린다”고 했거든요. 불과 80년 전에 말이에요! 아주 흥미롭죠?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말할 수 없잖아요.”
“슈미트 데헤너는 미술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어요. 그는 고야, 엘 그레코, 렘브란트처럼 사람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예술가를 거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페르메이르는 최고의 화가는 아닐 수 있죠.
페르메이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미학적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또 변할 수도 있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할 때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의 취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우리 모두는 세계의 일부분이고, 전 세계가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다는 것도 특별하고 재밌는 현상이죠.”
반 고흐, 휘슬러가 반한 일상과 붓 터치
피터 반 덴 브루케(Pieter van den Broecke)의 초상, 1633년, 캔버스에 유채. English Heritage, The Iveagh Bequest(Kenwood, London), 사진 레익스미술관 제공.
“물론 네덜란드에서는 19세기부터 렘브란트, 할스, 페르메이르가 17세기 예술의 3대 거장이었어요. 렘브란트는 항상 유명한 화가였고, 페르메이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랑받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취향이 변하면서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매우 독창적인 화가이자 중요한 예술가이기 때문에 조명할 필요가 있죠. 할스가 받아 마땅한 관심을 사람들이 갖게 해주자. 그의 독창성을 최대한 널리 알리자는 생각에서 이 전시를 베를린과 런던에서도 개최합니다.”
프란스 할스의 ‘즐거운 술꾼’(1629년), 캔버스에 유채. 80 x 66.5 cm. 사진 레익스미술관 제공.
“느슨한 붓터치죠. 이러한 붓터치는 인상파 덕분에 현대인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지만, 당대에는 혁신적인 것이었어요.”
- 인상파 화가들이 할스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을 전시에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궁금했던 건 할스의 페인팅 스타일이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면 평범한 일상의 장면 같은 주제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였습니다.
“둘 다예요. 이것도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예요.
(할스를 발굴한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겸 기자였던) 테오필 토레뷔르거나 구스타브 쿠르베는 프랑스가 17세기 네덜란드 공화국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아주 강하게 주장했어요. 또 빈센트 반 고흐는 할스가 ‘길거리의 사람들을 이상화하거나 종교적으로 만들지 않고 본 그대로 그리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고 쓴 기록이 있습니다. 할스는 무엇을 더 꾸미고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죠.
다른 포인트는 느슨한 붓터치에요. 휘슬러가 할스의 그림을 보기 위해 할렘에 가서, 펜스를 넘어 그림을 직접 만져봤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할스가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를 아주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거예요. 휘슬러는 그림이 만들어내는 환영이 아니라 붓터치를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던 거죠.”
(다음 뉴스레터로 이어집니다)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뉴스레터 구독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