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 은행권에서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이 5조7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은행권이 매각, 상각 등을 통해 4조7000억 원의 부실채권을 털어냈지만 신규 부실채권이 그보다 더 많이 불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 잔액은 12조5000억 원으로 6개월 만에 2조 원 증가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과 가계를 가리지 않고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의 부실채권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대기업은 1조2000억 원, 중소기업은 3조2000억 원의 부실채권이 새로 늘었다. 태영건설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영향도 작용했다. 대출의 질이 크게 나빠지면서 4대 금융그룹의 대출채권 중 12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규모가 2조 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가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4743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대출 문턱이 전체적으로 높아지자 서민들이 급전을 마련하려 카드사로 몰렸기 때문이다.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늘면서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주는 변제액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1년간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서민들도 19만 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