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기울자 숨지기전 문자 보내 유족 “최후에 내리겠다 늘 말해”
“여보 사랑해.” 한국 선적 화학제품 운반 수송선이 일본 해역에서 뒤집혀 9명이 사망한 가운데 한국인 60대 선장이 배가 기울자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부인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선장의 한 가족은 21일 부산 동구 초량동 거영해운 본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20일 오전 7시 반경 남편으로부터 ‘여보 사랑해’라는 내용의 문자가 (아내에게) 왔다”고 밝혔다. 이어 아내도 “사랑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가족은 “(평소 선장은) ‘만약에 사고가 난다면 나는 다 조치하고(선원들을 구출하고) 가장 마지막에 나갈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이번에도 선원들을 먼저 피신시켰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화학물질을 싣고 울산으로 가던 870t급 화물선 ‘거영선(KEOYOUNG SUN)’이 20일 오전 7시 5분경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앞바다에서 “배가 기울고 있다”고 구조 요청을 보냈다. 선박에는 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8명, 중국인 1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당시 운반선은 강풍과 파도를 피하기 위해 무쓰레섬 앞에 닻을 내리고 정박하고 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엔 초속 10∼15m의 바람이 불고 3.5m의 파도가 몰아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