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건설 14곳 중 10곳 적자 가동률 60%도 안돼 뷔페 등 임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지방자치단체가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큰돈을 들여 짓고 운영하는 컨벤션센터 14곳(서울 외) 중 10곳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잔치나 뷔페, 결혼식 등 설립 목적과 무관한 행사를 유치하고도 대다수가 가동률이 적정 수준인 60%에 못 미쳐 운영비도 메우지 못한 탓이다.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컨벤션센터는 최근 3년간(2021∼2023년) 누적 적자가 170억 원이 넘었다. 2008년 1월 문을 연 뒤 2022년 3월 1175억 원을 들여 기존의 3배 규모로 증축했지만 이 기간 가동률이 29.9∼37.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건설비 1700억 원을 들인 울산전시컨벤션센터는 기업 행사를 유치하지 못하자 키즈카페에 임대해주기 위해 최근 조례까지 바꿨다.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수십억씩 적자에 ‘컨벤션’ 대신 회갑연… 일부선 또 신설 추진
지자체컨벤션센터 14곳중 10곳 적자
수천억 들여 세우고 뷔페 등 대여… 지자체장 ‘업적 홍보용’으로 난립
공급과잉에도 포항-전주 또 추진… 전문가 “주민 감시 시스템 필요”
수천억 들여 세우고 뷔페 등 대여… 지자체장 ‘업적 홍보용’으로 난립
공급과잉에도 포항-전주 또 추진… 전문가 “주민 감시 시스템 필요”
울산 전시컨벤션센터(UECO)
● 기업 행사 대신 회갑연… 인근 예식장 반발
울산시는 2015년 ‘글로벌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도시 울산’ 시대를 열겠다며 이 센터 건립을 추진해 2021년 4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가동률은 개관 첫해 35.5%에서 2022년 33.2%, 지난해 31.2% 등으로 점차 낮아졌다. 번 돈으로 운영비도 대지 못하면서 3년간 누적 적자가 50억 원이 넘었다. 울산시는 최근 이곳에 키즈카페라도 유치하기 위해 조례까지 바꿨다. 30일 이상 대관하면 사용료를 30% 할인해주는 내용으로,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실제로 이달 초까지 3개월간 이곳은 대형 키즈카페로 활용됐다.
인천 송도컨벤시아
● “주민 감시-행안부 검증 강화해야”
이미 컨벤션센터를 지은 일부 지자체는 ‘추가 건립 허가를 막아 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건립과 운영에 많게는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 시설을 지자체끼리 조율도 하지 않고 지어놓고 이제야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심하다”며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우 울산연구원 경제산업실장은 “주민이 컨벤션센터 건립 전 수요 예측부터 검증까지 감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승우 동의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와 부산 벡스코 등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KOTRA와 한국무역협회 등의 투자를 받아 엄격한 수요 분석을 거친 덕분에 성공했다”며 “행안부 타당성 검증 과정에도 마이스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