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술진 작년 하반기부터 北체류 푸틴 방북 전망 속 군사밀착 가속
러시아가 북한 전투기 개량을 일부 도와준 정황을 우리 정부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러시아 기술자들이 북한에 체류하기 시작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관련 기술을 이전한 정황이 있다는 것. 특히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 공군 주력인 미그-29 개량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군사기술 이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다. 5선 연임을 확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만간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러 군사협력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北, 미그-29 조립공장 방치… 러에 2년 전부터 현대화 요청”
러, 北 주력 전투기 개량 지원 정황
北에 포탄지원 요청한 때와 맞물려… “러, 대가로 첨단기술 대신 개량-수리”
북한판 리퍼 등 北공군력 증강 속도… 유사시 한미안보에 큰 위협될 수도
北에 포탄지원 요청한 때와 맞물려… “러, 대가로 첨단기술 대신 개량-수리”
북한판 리퍼 등 北공군력 증강 속도… 유사시 한미안보에 큰 위협될 수도
유사시 북한은 고도화한 핵·미사일 전력으로 우리 공군 시설들을 우선 공격한 뒤 자신들이 보유한 공군력을 집중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그동안 한미 공군력에 크게 열세로 평가된 북한 공군력이 업그레이드될 경우 한미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 “北, 2022년부터 미그-29 현대화 요청”
북한은 대북제재 장기화 등으로 공군 전력 노후화가 극심한 상황이다. 부품 및 항공유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전투기 수리가 힘들고 전투기를 자주 띄울 형편도 안 된다는 것.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공군은 810여 대의 전투기를 보유해 우리 공군 전력보다 규모로는 2배 많다. 하지만 미그-19·21·23이나 수호이-25 등 구소련의 낡은 전투기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북한은 2022년 한미 연합훈련 대응 차원에서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한 대규모 항공 훈련을 실시했지만 훈련 도중 전투기가 추락했고, 일부 기종은 정상적으로 훈련을 마치지도 못했다.
특히 미그-29는 평양 상공 방어를 주로 담당하는 북한의 주력 전투기지만 개량,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그-29는 우리 공군의 F-15K, KF-16 등과 같이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되지만 1980년대 도입된 기계식 구형 레이더를 여전히 사용하는 등 실제 성능은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미그-29는 부품을 돌려 막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미그-29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동에 전투기 조립 공장을 만들었지만 부품 조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가동 불가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조립 라인이 철거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대규모로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선 이에 대한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면 구형 전투기 개량 등을 도와주는 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다. 러시아는 260여 대의 미그-29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보다 우수한 5세대 전투기를 주력으로 삼아 실제 운용 중인 미그-29는 70여 대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소식통은 “첨단 전투기가 주력인 러시아 공군력을 감안하면 미그-29 성능 개량·수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추진잠수함 기술 등을 주는 것보단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투기 성능 개량 및 자체 생산 등 공군력 현대화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북한은 북한판 글로벌호크 ‘새별-4형’과 북한판 리퍼 ‘새별-9형’을 공개하면서 감시 정찰과 무인기 등 공군력 강화 의지를 노골화했다. 2021년 국방발전전람회에선 2종의 신형 공대공 미사일을 선보였고, 평양 방어용 공군기지로 운용했던 순천 군사비행장의 활주로 확장 등 개·보수 공사도 사실상 마무리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 후 5세대 전투기 수호이-57 조립 공정 등을 참관하며 최첨단 전투기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는 첨단 전투기 도입·개발 등에 러시아가 적극 나서줄 가능성은 아직 적어 보인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