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팀, 국제학술지 발표
기후변화가 식품 가격을 더욱 상승시킬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물가 상승과 함께 사과 등 과일 가격이 껑충 뛰었다. 생육기 냉해나 우박 등 이상 기상 현상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나 지금이나 날씨는 작황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생산량 감소, 저품질, 병해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기후 특성에 따라 작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전 지구적인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 10년 뒤 식량 물가 상승률 年 최대 3.2%포인트
막시밀리안 코츠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식량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에 발표했다.
그 결과 10년 뒤인 2035년이 되면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최대 3.2%포인트 상승하고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체 물가 상승률은 최대 1.2%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고소득, 저소득 국가 모두 기후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등 남반구 국가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저위도 지역은 1 년 내내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고 고위도 지역은 여름에 집중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추정 결과를 제시했다.
● 품종 개량 등 대응책 마련 필요
이미 기후변화는 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여름 극단적인 날씨는 유럽 식량 물가 상승률이 0.67%포인트 증가하는 요인이 됐다. 최근 영국에서는 기상이변인 해상 폭풍의 영향으로 바나나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영국은 수입한 바나나를 숙성시키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서 숙성 속도를 가속 또는 감속시킬 수 있다. 공급망 변동 시 대처 가능하다는 의미지만 이는 단기적인 기상 현상에만 대응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장기화되면 ‘푸사리움 월트 TR4’라는 곰팡이가 바나나 나무에 퍼지면서 나무들이 죽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곰팡이의 포자는 홍수나 강한 바람에 의해 퍼질 수 있으며 확산되면 개선하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품종 개발에 나서는 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이탈리아 우디네대 연구팀은 커피 재배가 어려운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원두종을 발굴하기 위한 원두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고 연구 결과를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유전자 개량을 통해 극한의 기후에도 견딜 수 있는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품종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량 안보 및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농작물이 가혹한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재배 환경 자체가 악화되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탄소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저감 기술, 에너지 효율화 및 재생 기술 등을 농업에 적용해 환경 친화적인 농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츠 박사후연구원은 “세계 경제는 기후변화 및 극한의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녹색기술을 기반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물가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