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영랑시문학상’… 본심 후보작 5편 선정 등단 10년 넘은 시인 최신작 심사… 김경윤-곽효환-안미옥 등 본심에 29일 본심서 최종 수상작 선정… 내달 19일 강진아트홀서 시상식
영랑시문학상 예심 심사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15일 심사를 진행해 5개 작품(시집)을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영랑시문학상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제21회 영랑시문학상 2차 예심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15일 진행됐다. 왼쪽부터 2차 예심 위원인 문태준 고재종 오형엽 시인. 이들은 “후보작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목소리로 삶과 세계의 진면목에 닿고자 하는 치열한 고투를 벌였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 시인의 ‘무덤가에 술패랭이만 붉었네’는 실존적 고통을 불교적 사유로 극복하려는 시집이라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애절함을 불교의 무상과 무아의 차원으로 수용하고 승화시키는 아름다움을 동반하고 있다”고 했다.
곽 시인의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은 한국 시의 시적 공간을 북방까지 크게 넓힌 점을 인정받았다. 심사위원단은 “‘북방의 시인’이라는 시인의 별칭에 호응하듯 만주, 시베리아, 연해주 등 광활한 북방 공간을 가로지른다”고 했다.
안 시인의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는 과거의 상처와 고통이 현재와 미래에 남아 있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렸다. 심사위원단은 “고통이 안과 밖, 그림자와 빛, 나와 너라는 이분법을 넘어가는 과정을 집과 나무를 통해 형상화했다”고 했다.
이 시인의 ‘무해한 복숭아’는 길, 기억, 상실, 부재 등의 단어로 사랑의 기쁨과 고통을 표현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타자에게 가닿고자 마음의 무늬를 표현하는 모습이 절실하다. 사랑과 존재의 본질에 가 닿으려는 솜씨는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오늘의 한국 시단에서 현재적 의미로 다채롭게 변주될 수 있을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고 밝혔다. 본심은 29일 열린다. 시상식은 다음 달 19일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