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물 외길’ 장재현 감독 검은 사제들-사바하 등 오컬트 3편 모두 흥행 성공 손익분기 넘겨 “보이지 않는걸 그리는 장르라 매력… 흥행 위한 파묘 속편은 없을 것”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재현 감독(43·사진)은 “손익분기점만 넘기자고 생각했다. 1000만 관객 동원 같은 건 조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서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이런 시간이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해서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특히 오컬트물 한길만 판 그가 ‘1000만 감독’ 대열에 가까워졌다는 데에 의의가 크다. ‘검은 사제들’은 천주교, ‘사바하’는 불교와 기독교적 소재를 이용한 오컬트물이었고, ‘파묘’에서는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다뤘다. 장 감독은 ‘왜 오컬트물이냐’는 질문에 “보이지 않는 걸 (영화로)만들어 낸다는 게 흥미진진하다. 제가 제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이니까 제가 보고 싶은 걸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작품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하다. 장 감독 전 작품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대중적인 소재와 덜 거북한 이야기 흐름이 허들을 낮췄다는 평가도 있다. 장 감독은 “저는 항상 그랬다. ‘사바하’ 개봉 땐 다들 ‘검은 사제들’을 기대해서 혹평을 받았던 것 같고, 이번 영화는 ‘사바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이건 뭐야’ 하는 반응”이라며 “했던 것을 또 잘 만들고 싶지는 않다. 오컬트물이라는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 진보해 나가지 않으면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평가는 관객 몫이지만 어쨌든 그의 영화가 1000만 명 가까운 대중을 극장으로 향하게 했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영화감독으로서 예기치 못하게 큰 사랑을 받으면 욕심이 스멀스멀 생길 수 있는 법. 하지만 속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장 감독은 단호했다. “이야기가 내실이 없다면 만들 가치가 제게는 없습니다. 욱여넣어서 그냥 흥행을 위해 속편을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면 못할 이유는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