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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만난 농업 ‘스마트팜’으로 진화… 미래 신사업으로 뜬다 [동아리]

입력 | 2024-03-22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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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아 농업도 변화하고 있다. 작물 생육의 필수 요소인 흙, 빛(태양), 물을 최적의 상태로 AI가 조율해, 천재지변 등 기상 상황에 대한 위험은 줄이고 생산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농업이 떠오르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롯데이노베이트로 사명을 변경하며 롯데의 신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스마트팜도 롯데이노베이트가 공을 들여온 사업으로 최근 베일을 벗었다. 롯데이노베이트가 미래 산업으로 점찍은 스마트팜을 방문해 농업의 미래를 살펴봤다.

서울 가산 롯데이노베이트 본사에 174평 크기로 조성된 스마트팜은 공상 과학 영화에서 봤던 미래농업의 축소판이었다. 태양을 대체하는 밝은 빛을 받으며 자라나는 녹색 채소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AI 기술 도입해 빛, 물(양액) 자동 최적화… 식물 재배의 혁신적인 변화

AI 기술을 활용해 모니터링 하면서 최적으로 재배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했다./사진=동아닷컴 김상준 기자

174평이라는 공간은 농업을 하기에는 작다고 볼 수 있지만, 스마트팜 공법은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공간 집약적’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작은 공간에서 재배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달간 재배되는 양은 약 10톤(1만kg)으로 최초에는 수확량이 너무 많아 처치가 곤란할 정도였다고 한다.

처음 수확을 했을 때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확된 채소를 먹어본 직원들이 “기존에 사 먹던 것보다 훨씬 맛있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현재는 수확물을 원해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고부가 가치 채소도 재배 가능… 맛도 영양도 기존 농산물보다 뛰어나

스마트팜 농법으로 재배한 채소들이 더 맛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농약 재배 ▲작물별로 맞춰진 육성 기법 ▲최적의 재배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은 무균실 수준에 위생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반도체 공정 수준의 복장을 착용하고 개인 살균 작업을 마친 뒤에 입장할 수 있다.

100%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유기농 공법’을 인증받았다고 하며 농업 전문가가 개발한 양액(식물 성장에 필요한 배양액)을 AI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투입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상추와 채소류를 먹어보니 시판 중인 것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신선함이 뛰어났다. 특히 줄기 부분의 유연함이 돋보였다.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채소들은 줄기의 뻣뻣함이 적어 채소 섭취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맛은 좋지만, 정상적으로 땅에서 자라지 않은 채소가 문제가 있지 않겠냐는 의구심이 들었다. 해당 문제 제기에 대해 롯데이노베이트는 농산물 검정기관에 의뢰해 받은 노지와 스마트팜에서 각각 자란 채소(로메인)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분석 결과 스마트팜에서 키운 로메인이 수분함량 8.5% , 칼륨 55.8%, 칼슘14.7% 더 높게 측정됐다. 부드러운 맛뿐 아니라 영양성분도 스마트팜 공법이 우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홍수, 가뭄 등에서 해방… 안정적인 생산 여건 조성 ‘농업의 미래’로 평가

다만 햇빛을 보지 않고 자란 식물에 대한 문제점이 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 현재 스마트팜 사업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스마트팜을 통해 생산된 식물들의 유해성 여부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영양성분이 노지 재배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재배 방식이 인위적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최적의 환경에서 무농약으로 키웠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며 또 식물의 안전성을 연구하는 전문 기관들조차도 LED 빛을 활용해 식물을 육성해 오고 있으며, 성분 검사를 통해 유해성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의 최대 리스크인 안전성이 검증된 만큼 롯데이노베이트는 스마트팜이 미래농업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팜의 최대 장점은 기후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홍수, 가뭄 등 농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를 줄임으로써 수확을 계획적으로 할 수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청년농부, 은퇴자’ 대상 사업 확장되길 희망…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나서

이에 따라 롯데이노베이트는 스마트팜 사업을 미래 먹거리의 한 축으로 보고 청년 농부, 은퇴자 등이 시장에 진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스마트팜의 미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장기 저금리 대출 등의 혜택을 크게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최근 청년 농부의 금전 부담을 낮추는 청년 농부 정책을 발표했는데, 앞서 발표한 ‘청년 농업인 스마트팜 지원’과 함께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과 스마트팜 조성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40세 이하 청년이 스마트팜을 시작하는 경우 투자금이 거의 없어도 정부 대출금만으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지원을 해준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수도권 지역의 공실 상태인 건물, 폐교 등을 활용해 스마트팜을 구축하면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물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고 주요 납품처인 서울·수도권 접근성도 우수하기 때문에 사업 지속성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스마트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연구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스마트팜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소운 선임이 스마트팜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동아닷컴 김상준 기자

한편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작물은 제한이 없다고 한다. 크기가 너무 큰 나무 열매가 아니라면 고부가 가치 식물이나 고가의 버섯 등도 문제없이 키워낼 수 있다고 한다. 고부가 가치 재배가 가능한 것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기술 덕분인데, 재배 대상에 가장 적합한 빛(최적의 빛 온도와 파장을 조절)과 양액을 자동으로 투입해 육성하는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마트팜의 발전 가능성은 다방면으로 열려있다. 롯데이노베이트가 미래 산업으로 점찍어 특허를 내고 기술을 꾸준하게 키워왔기에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며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준 동아닷컴 기자 k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