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에게 돼지 시장을 이식한 사례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진은 더이상 치료 대안이 없는 말기 신장 질환 환자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제공
돼지 신장 이식 과정
①돼지 신장 유전자 편집
-유전자 가위 기술로 돼지 세포에서 69개 유전자 편집
②대리모 돼지에 이식
-유전자 편집된 돼지 배아를 대리모 돼지에서 성장
③사람에게 이식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돼지 신장 첫 이식
-현재까지 신장 기능 원활
국내 장기이식 부족 현황
이식대기자 수
대기 중 사망자 수
2018년
3만544명
1894명
2019년
3만2990명
2144명
2020년
3만5852명
2193명
2021년
3만9261명
2482명
2022년
4만1706명
2912명
자료: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미국에서 돼지의 신장을 살아있는 사람에 이식한 첫 사례가 나왔다. 중국에서는 뇌사자에 돼지 간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는 이종(異種) 장기이식이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생명공학 기업 이제네시스(egenesis)는 16일 말기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62세 남성이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사례는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이식된 돼지의 신장은 이제네시스가 개발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이다. 회사가 길러낸 유카탄 미니돼지는 40~80kg 정도의 작은 돼지로, 사람과 가장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과는 다른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어 그대로는 이식이 불가능하다. 회사는 사람에게서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3개의 유전자를 제거하고, 인간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유전자 7개를 삽입했다.
또 돼지 장기를 이식할 때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돼지 내인성 레트로 바이러스(PERV) 유전자를 제거하는 등 총 69개의 유전자를 돼지 신장 세포에서 편집했다. 이렇게 유전자 편집된 돼지 세포는 핵이 제거된 난자 세포에 삽입돼 돼지 배아로 자라난다. 이후 대리모 돼지를 통해 사람에게 이식 가능한 신장을 얻어내는 것이다. 회사는 이같은 방식으로 원숭이에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해 최장 758일까지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결과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신장 이식이 성공하면 향후 투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투석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투석의 종말이 올 수 있다”며 “의료 혁신의 마일스톤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두 건의 이종 장기이식이 연달아 성공하며 세계적으로 심각한 장기이식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2022년 기준 4만1706명이며,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2912명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하루에 약 8명이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관련 산업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이종 장기이식 시장이 2022년 127억 달러(약 17조 원)에서 2032년 299억 달러(약 40조3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이번 실험을 진행한 이제네시스, 리비비코어 등 바이오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제넨바이오가 돼지 췌도를 사람에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