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중 난 뿔이 우뚝하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현대자동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뒤바람이 정말 매섭다. 세대 변경으로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신차 수준으로 개조해내는 활약 덕분에 현대차 위상이 올라간 지 오래다. 실제로 초창기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혹평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전 세계 각종 상을 쓸어 담으며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만 ‘올해의 차’를 포함해 무려 스무 가지 넘는 수상 실적을 쌓아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현대차는 자동차 기술력의 집약체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구동 체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가솔린과 디젤은 물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포함시키는 전략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 상용차에도 이를 적용하며 친환경차 영역 확장에 나섰다.
그 결과물이 바로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다. 지난 2021년 승합차 특유의 투박함을 벗는데 성공한 스타리아가 정숙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하이브리드로 다시 한 번 진화를 이뤘다.
현대차가 준비한 쇼퍼 드라이빙 코스에서는 약 25분 간 2열에 앉아 탑승자로써 온전히 실내를 경험해봤다. 2열 독립시트에 앉자마자 스마트폰 충전이 필요해 포트를 찾아 봤다. 당장 보였던 것은 1열 글로브박스 후면 아래 C타입 포트. 2열 사이 공간이 워낙 널찍해 거리가 꽤 멀게 느껴졌다. 시선을 옆으로 돌려보니 좌석 유리창 쪽 필러에도 충전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1열 시트 뒤쪽 수납 공간에는 가방을 걸어 놓을 수 있는 고리가 있고, 2열 도어 하단에는 컵홀더도 보인다.
무엇보다 사방의 넉넉한 공간 덕분에 탑승객이 원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어 편하게 이동했다. 스타리아 전장과 축거는 각각 5255㎜, 3275㎜에 달한다. 버튼 하나로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릴렉션 시트를 펼치는데 필요한 최적의 공간이 나오는 것이다. 높은 전고로 천장이 높아 개방감도 탁월하다. 벨트라인을 낮게 디자인해 만들어진 큰 통창과 시원하게 뚫린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감을 더욱 증폭시켜준다.
기착지부터는 직접 운전도 해봤다. 나인블럭 프로방스에서 최종 목적지(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까지 약 56km를 주행했다.
운전석에 오르면 탁 트인 전방 시야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높은 시트포지션 덕분에 사각지대가 거의 없었다. 다만 적정 운전대 위치를 잡다보니 계기판 정보가 일부 가려졌다. 운전석 대시보드 왼쪽에는 세로로 휴대폰 거치가 가능한 수납공간도 있다.
시동을 걸고 육중한 차체를 천천히 움직였다.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 모델은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했다. 전기모터와 합산한 시스템 최고 출력 245마력, 최대 토크 37.4㎏·m의 성능을 갖췄다.
초반 가속력은 무난한 수준이다. 전기모터 덕분에 디젤차 못지않은 출력을 발휘한다. 도로가 평탄한 곳에서는 SUV와 견줄 만큼 운전 승차감도 좋다.
연비는 오너드리븐 구간을 측정한 결과 14㎞/ℓ가 나왔다. 시승 중 잦은 급가속이 있었음에도 공인 복합 13㎞/ℓ 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에는 특화 사양인 ‘정체구간 특화 제어’ 기능이 장착됐다. 정체구간 특화 제어는 내비게이션 도로 정보와 차량 주행 상태를 종합해 저속 정체구간에서 변속 패턴과 엔진 시동 시점을 전략적으로 변경함으로써 가속과 감속에 따른 불필요한 조작을 줄여주고 승차감을 향상시켜 준다.
신차에는 현대차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도 듬뿍 들어갔다. 앞차와의 간격과 차로중앙을 유지시티는 장치는 운전 부담을 확실히 덜 수 있다. 이밖에 ▲전방 주차 거리 경고 ▲하이패스 ▲미세먼지 센서, 공기청정모드, 오토 디포그, 애프터 블로우 기능이 모두 포함된 풀오토 에어컨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후방모니터 등 고급 사양을 기본으로 탑재했다.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