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전 수술 60대 남성 상태 양호 NYT “성공땐 투석없이 치료 가능” 中선 50대 뇌사자에 돼지 간 이식
미국에서 돼지의 신장을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식한 첫 사례가 나왔다. 수술 후 일주일 가까이 지나는 동안 환자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이제네시스는 16일(현지 시간) 말기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62세 남성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그는 정상적으로 소변을 배출하고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된 상태다. 앞서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사례는 있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환자는 6년 전 사망한 기증자로부터 장기 이식을 받았지만 다시 문제가 생겨 이번 수술을 선택했다.
이제네시스는 원숭이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해 최장 758일까지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신장 이식이 성공하면 향후 투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투석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투석의 종말이 올 수 있다”며 “의료 혁신의 마일스톤(milestone·이정표)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중국 연구팀이 10일 뇌사 상태의 50대 남성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간을 열흘간 이식한 후 제거했다고 20일 전했다. 돼지 간을 사람에게 이식한 사례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이 10일간 관찰한 결과 매일 30mL 이상의 담즙을 분비하는 등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했다.
두 건의 이종(異種) 장기이식이 연달아 성공하며 세계적으로 심각한 장기이식 부족 문제가 해결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2022년 기준 4만1706명이며,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2912명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