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반독점 위반 소송 제기 “하드웨어 등 호환 막아 경쟁 방해 애플 탓에 LG폰 시장서 사라져… 선택권 줄어든 소비자 보호해야” NYT “패소땐 일부 사업부 해체 위기”
《EU규제-美소송, 사면초가 애플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 또한 애플에 규제 칼날을 빼들었다. 미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간) 애플에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하며 “아이폰이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점유한 것은 ‘제품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제 행위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등 다른 운영체제(OS)의 사용을 어렵게 했고,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도록 강제했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LG전자 등이 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2010년 애플의 고위 임원이 스티브 잡스 당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아마존 전자책 광고에 관한 이메일을 보냈다. 광고 속 주인공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넘나들며 킨들 앱으로 책을 읽었다. 잡스 CEO는 스마트폰을 옮겨다니게 해선 안된다며 “사용자와 개발자를 애플 플랫폼에 가두라”고 지시했다.
21일(현지 시간)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는 88쪽에 달하는 소장에서 이 일화를 거론하며 “경쟁사를 막기 위한 애플의 (전형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이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함 때문이 아니라 반독점법을 위반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며 비싼 가격, 더 적은 선택권,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 애플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애플 일부 사업부의 해체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현재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막는 장벽을 높여 애플 기기를 한번 사용하면 애플 생태계 안에 갇히고, 타사 제품 또한 구매하기 어려워진다. 법무부는 이를 ‘경쟁 방해 전략’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애플의 기본 문자 앱 ‘아이메시지’가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메시지 전송 및 동영상 다운로드 속도를 떨어뜨리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초록색, 아이폰 사용자는 파란색으로 구별하도록 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애플이 ‘위챗’처럼 메시지나 소셜미디어 등 여러 가지 기능이 통합돼 하나의 플랫폼 기능을 하는 ‘슈퍼앱’의 출현을 막고 MS ‘엑스박스’ 같은 클라우드 기반 게임의 아이폰 사용 장벽을 높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 갤럭시워치 등 타사 스마트워치와 호환이 안 되는 점도 거론했다.
● LG, 美 스마트폰 시장 퇴출도 애플 탓
캔터 반독점 국장
특히 미 아이폰 사용자의 3분의 1이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이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향후 더 굳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빅테크 저승사자’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사진)은 독점 규제는 미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며 애플의 성장 또한 독점 규제에 기인한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미 최대 에너지회사였던 ‘스탠더드오일’, 대형 통신사 ‘벨시스템스’ 모두 반 독점법 위반으로 해체됐다. 1990년대 당국이 MS의 독점에 제동을 건 덕에 당시 파산 직전이던 애플이 아이팟 출시 후 아이튠스를 윈도에 깔릴 수 있게 됐고, 이것으로 애플 또한 성장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