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비상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같은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 원 추가 지급을 추진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새마을전통시장 앞에서 “오늘은 주요한 정책 하나를 발표할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벼랑 끝에 놓인 민생경제 회생을 위해 특단의 긴급 구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하자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2020년 코로나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점을 강조하며 “모두가 죽겠다 할 때 가구당 100만 원 안 되는 돈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더니 동네가 약 6개월 동안 활황이었다”, “100만 원도 안 되는 돈 지급할 때 정말 활황이었다. 소고기 사먹고 좋았잖아요”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연 25만 원부터 시작하는 전 국민 보편기본소득 지급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민주당이 추산한 예산 13조 원은 전 국민 5132만 명에게 각 25만 원,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300만 명에게 추가 10만 원씩을 합한 액수다. 이 대표는 1인당 지급액을 25만 원으로 책정한 이유에 대해선 “많으면 많을수록 국민은 좋겠지만, 재원도 필요하고 지나치게 (지급액이) 많을 경우 소비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과거 경험치로 볼 때 4인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 원이 적당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13조 원을 ‘새발의 피’, ‘푼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퍼준 부자감세,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 선심 약속들에 드는 약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 손톱이다”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 지원 유세에서도 “1000조 원 쓸 생각 말고, 부자 세금 수십 조 원 깎아주는 걸 철회하라”며 “연간 예산에 비하면 푼돈 13조 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 이무식한 양반들아, 이렇게 하면 된다”고도 했다.
그는 재원 마련 방법을 묻는 질문에 “재원은 국민 세금”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럼 또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 텐데,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고, 기존 예산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총선 결과에 상관 없이 지급의 주체는 현 정부다. 이 대표는 “민생회복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에 즉각 착수할 것을 (국민의힘에) 공식 요청한다”고 했다. 김민석 선대위 상황실장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추경의 방식으로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다”고 했다.
● 與 “또 선거용 돈 살포”
문재인 정부는 2020년 4‧15총선을 12일 앞두고 1인 가구 40만 원~4인 가구 이상 100만 원을 나눠주는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선 당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마스크 대란 극복과 재난지원금 지급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4‧7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3월 말부터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선거용 매표 행위”라는 야당 반발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같은 팬데믹 사태가 아닌 시점에서 전 국민에게 일괄 돈을 지급하는 것이 실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는 전 국민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며 “이제 막 선거운동이 시작된 시점에 전국민 지원금을 꺼내든 것이 지난 총선 때의 학습 효과에 따른 계산이라면 상당히 포퓰리즘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