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량 인정하지 않으면 ‘다름을 같게’ 표시할 위험 ‘같음을 다르게’ 보고 때보다 투자자 판단 심각하게 오도
회계기준을 만들 때는 재무보고의 ‘비교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 같은 것은 같아 보여야 하고 다른 것은 달라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기업 간, 기관 간 경제적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비교가 불가능한 두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서로 다른 것이 같아 보이거나 서로 같은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경우다.
스펜서 앤더슨 인디애나대 회계학 교수는 두 가지 유형의 비교불능성이 투자자들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런 연구는 회계기준을 만들 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만약 회계기준이 일률적인 회계처리를 규정하면 서로 다른 경제적 상태가 마치 유사한 것처럼 보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회계기준이 무형자산 상각에 일률적인 내용 연수를 부과하도록 하면 서로 다른 경제적 상태가 동일한 것처럼 보고될 수 있다. 반대로 기업들에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면 유사한 경제적 상태가 다른 것처럼 보고된다.
앤더슨 교수는 다른 경제적 상태들을 유사하게 보이게 만드는 ‘다름을 같게’ 재무보고가 유사한 경제적 상태들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같음을 다르게’ 재무보고에 비해 투자자들의 판단을 더욱 심각하게 오도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심리학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두 가지 내용을 비교할 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름을 같게’ 보고받은 투자자들은 판단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주는 추가 정보들을 무시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같음을 다르게’ 보고받은 투자자들은 차이점에 주목해 추가 정보를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가설의 근거였다. 추가 정보를 통해 판단 오류를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 결과는 회계기준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통찰을 준다. 회계기준이 경제적 상태가 다른 기업들에 일률적인 재무보고를 요구하면 회계처리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경우보다 기업 간 비교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회계기준을 만드는 기구들은 비교불능성이 존재하더라도 ‘적절한 공시가 부분적으로 비교불능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것이 만능은 아니다. 이 연구는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기업 역시 ‘다름을 같게’ 보고하는 상황이 초래하는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회계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