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니우스 속 나비 비교 분석 유전자에 따라 선호하는 색깔 달라
붉은색의 날개를 가진 배우자를 선호하는 나비 헬리코니우스 멜포메네가 꽃 위에 앉아 있다. CAROLIN BLEESE 제공
나비들이 짝을 선택할 때 마치 사람처럼 시각적 정보인 외모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비가 특정한 시각적 정보를 선호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작용도 함께 규명됐다.
마테오 로시 미국 록펠러대 교수 연구팀은 헬리코니우스 속에 속하는 두 종의 나비는 특정한 색의 날개를 가진 배우자를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2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남아프리카 열대지방에 주로 분포하는 헬리코니우스 멜포메네(멜포메네붉은줄독나비)와 헬리코니우스 티마레타 나비는 공통적으로 붉은색이 강한 날개를 가진 짝을 선호한다.
이 나비들이 특정한 날개 색깔을 선호하는 유전적 메커니즘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앞선 연구에선 헬리코니우스 속 나비가 구애 행동을 할 때 적극성을 조절하는 유전자 영역이 확인되긴 했지만 이와 관련된 정확한 유전자는 찾지 못했다.
그 결과 멜포메네와 티마레타가 붉은 날개를 선호하는 데는 동일한 유전자가 작용했다. 흰 날개를 선호하는 사이드노는 구애 행동을 할 때 이 나비들과 달리 ‘레구칼신1(regucalcin1)’이란 유전자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나비에게서 발견된 유전자가 배우자를 선호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수준에서 특정한 짝의 외형을 선호하는 원리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확인된 레구칼신1 유전자는 생물이 짝짓기 상대의 외모를 선호하는 메커니즘을 찾는 데 유망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