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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측 “빈털터리 돈” 조롱…트럼프 “현금만 5억달러” 반박

입력 | 2024-03-25 03:00:00

바이든캠프, 트럼프 자금난 부각
모욕적 별명 붙여 깎아내리기 전략
트럼프, 유세 대신 사법대응 집중
오바마, 바이든 지원 ‘조기 등판’




“‘빈털터리 돈’이 지하실에 숨어 있다(‘Broke Don’ Hides in Basement).”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프가 내놓은 보도자료는 미 정가에서 단박에 화제를 몰고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자금난으로 현장 유세를 줄였단 내용보다 더 관심을 끈 건 제목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빈털터리 돈’이라 부르며 ‘네임 콜링(Name calling·모욕적 별명 짓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네임 콜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적(政敵)들을 모욕적인 별명으로 깎아내리는 대표적인 선거전략 중 하나. 바이든 대통령 역시 2020년 대선에서 ‘부패한 조(crooked Joe)’ ‘졸린 조(sleepy Joe)’라 불리며 공격받았다. 레이스 초반부터 과감한 공세로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바이든 캠프가 복수에 나선 셈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더 시급한 사법리스크 대응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 트럼프 전략 차용한 바이든 캠프

바이든 캠프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금난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뉴욕주 재판에서 벌금 판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 공탁금 4억6400만 달러(약 6245억 원) 마련에 애를 먹는 걸 집중 공격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아마르 무사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돈을 모으지 못해 컨트리클럽에 숨어 범죄자들과 음모론자들이 대신 선거운동을 하게 한다”고 비난했다.

‘빈털터리 돈’을 두고 소셜미디어 등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만든 걸로 추정되는 게시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초조하게 복권을 긁고 있거나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들이 ‘빈털터리 돈’ 해시태그(#)를 달고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캠프의 보도자료는 ‘일거양득(一擧兩得)’ 노림수가 담겨 있다. 도널드 전 대통령을 굳이 ‘돈’이란 애칭으로 불러 ‘부패한 조’와 운율을 맞췄다. ‘지하실’도 뜬금없이 나온 게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으로 현장 유세를 취소하자 “지하실에 숨어 있다”고 비꼬았다.

정치매체 더힐은 “바이든 캠프가 대선 판도를 뒤집으려 트럼프의 대표 전략을 차용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울보 척’이라 부르는 등 네임 콜링을 빈번하게 써왔다. 최근 공화당 경선에서 맞붙은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도 ‘새대가리(bird brain)’라 지칭해 여성 폄하 논란이 불거졌다.

● 최악의 진흙탕 대선 될 수도

바이든 캠프의 네임 콜링은 이번 미 대선 레이스가 역대 최장기임과 동시에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경쟁’이 될 거란 걸 짐작하게 한다. 민주당 전략가인 마이클 스타 홉킨스는 더힐에 “그들이 저급해도 우린 품격있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세를 도와줄 ‘거물’들도 일찌감치 등판시키고 있다. 23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함께 ‘오바마케어’ 14주년 축하 합동연설을 갖고 “트럼프는 오바마케어 폐지를 시도한다”고 공격했다. 28일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합세해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22년 중간선거 때 선거 1개월을 앞두고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이른 ‘조기등판’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빨리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못하면 경합주 7곳에서 모두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오하이오주 유세 이후 현장 유세를 자제하고 사법리스크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 소셜미디어에 “나는 노력과 재능, 운으로 5억 달러의 현금을 갖고 있으며, 선거운동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정치 판사는 내 돈을 뺏어가려 한다”고 성토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