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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정부 vs 의료계’ 대치만 부각 말고 현실적 접점 찾는 보도를

입력 | 2024-03-24 23:33:00

당 지도부가 사실상 공천 전횡… 공천제도 이대로 좋은가 짚어야
선거를 ‘전투’ ‘혈투’로 묘사… 상대방 향한 증오심 키울까 우려
트럼프 측근들 인터뷰 인상적… 바이든 측 인터뷰도 추진하길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8일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치, 4·10총선 공천을 둘러싼 갈등, 미국 대선 등에 대한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준웅 이은경 위원, 김종빈 위원장, 류재천 최은봉 정원수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된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심각하다. 의대 교수까지 집단행동을 예고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4·10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공천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매치가 확정됐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18일 이런 현안에 대한 보도를 놓고 토론했다.》

이은경 위원=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한 제목들을 보면 2월 8일자 A8면 〈전공의 파업 결의, 인턴 줄사표…정부 “의료 차질 땐 병원장 처벌”〉, 2월 9일자 12면 〈빅5 중 4곳 전공의 “파업” 대통령실 “의사면허 취소 검토”〉, 2월 13일자 A2면 〈의사들 “정부, 우릴 못 이겨” 정부 “법 개정 따라 의사면허 박탈 가능”〉 등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 상황 위주입니다. 극단적인 대치만 강조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접점을 찾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 합니다. 3월 16일자 5면 〈18일부터 의대 교수 사직 릴레이…일부선 “외래 축소 불가피”〉도 실제 교수가 사직서를 내도 병원을 떠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갈등 측면만 부각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2월 29일자 A1면 〈병원 남은 전공의 “나는 우매한 의사입니다”〉와 3월 14일자 A1면 〈“의사 밥그릇, 중요하지만 본질 아니다. 정부가 필수의료대책 이행 확신 줘야”〉 기사는 시의적절했습니다.

류재천 위원=
2월 28일자 A2면 〈PA간호사 시범사업 첫날 “추가 보상 없이 일만 늘어”〉와 3월 9일자 3면 〈전공의 대신 심전도 측정-드레싱 일부 투입〉 기사와 관련해선 PA간호사가 의료법과 약사법 등에 위배되는 사항이 없는지, 간호학과 커리큘럼이 이런 역할 확대를 지원할 수 있는지 추가 취재가 필요합니다.

최은봉 위원=
2월 22일자 A3면 〈“고령화로 의사 1만 명 부족…의대 年 750∼1000명 증원 바람직”〉 기사는 정부가 의대 증원과 관련해 참고한 보고서를 쓴 전문가 3인의 대담이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속도를 조절하면서 연착륙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어 좋았습니다. 3월 15일자 A8면 〈“소아중증진료에 1.3조 지원…맞춤형 지역 수가 도입”〉 기사를 보면 ‘의료 지도’와 ‘지역의료 발전기금’ 등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될 수 있는 만큼 심층적인 후속 보도를 했으면 합니다.

이은경 위원=
3월 7일자 A8면 〈尹 “의대정원 2.2배 늘 때 변호사 30배”…의료계 “보상체계 개선을”〉 기사는 의대 증원 반대 논리에 직접 대응한 대통령 발언과 의대 교수들 반응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대통령은 응급 고난도 수술에 대한 수가 인상, 분만 등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투입 확대 등 의료 대책도 같이 발표했습니다. 이들 대책에 대한 의료계 입장을 항목별로 디테일하게 소개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추상적으로 ‘보상체계 개선’ 목소리만 단순화해 실은 것은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이준웅 위원=
민주당이 총선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 업체를 추가 선정하는 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2월 23일자 A1면 〈‘비명 배제’ 여론조사업체 추가 선정, 친명 김병기 관여〉 기사는 당내 민주주의가 어떻게 훼손됐는지를 보여준 수작이었습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정필모 의원이 사퇴한 내용을 담은 2월 22일자 A5면 기사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사퇴 이유를 정 의원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고 “건강상 이유”라는 당 관계자 멘트만 넣었습니다. 정 의원이 얘기를 안 하면 대답을 회피했다고 써도 충분히 의미가 전달됐을 것입니다. 3월 14일자 민주당 박용진 의원 인터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주류 끌어안기’ 등 내용에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김종빈 위원장=
지금 우리나라는 여야 지도부가 공천을 자기 마음대로 합니다. 2월 14일자 신문을 보면 ‘험지 차출 검토’ ‘전략공천 검토’ ‘불출마 요청’ 같은 내용들로 채워졌습니다. 3월 7일자에선 ‘무연고 벼락공천’을 지적했습니다. 결국 국민이 후보 선택에 직접 관여할 여지가 거의 없고 찬반투표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어느 후보가 어떻다는 것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공천 제도가 과연 올바르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다뤄줬으면 합니다.

이은경 위원=
2월 24일자 1면 〈홍익표 “여론조사, 친명 관여의혹 밝혀야” 이재명과 충돌〉과 5면 〈李에 날세운 홍익표 “여론조사 문제 드러나면 지도부 책임져야”〉는 제목이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목은 멘트 인용보다 사태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기자의 검증을 거친 제목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월 6일자 A4면 〈이재명, 조국과 ‘反尹 총선연대’…曺 “돌격 망치 역할 할 것”〉 기사는 조국혁신당의 인기와 선거연대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유죄 판결이 난 인사의 출마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장관에 대해서는 청문회를 통해 전과나 도덕성을 엄격하게 문제 삼으면서 국회의원 공천에는 너그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3월 18일자 A8면 〈‘통진당 후신’ 진보당 추천 3인, 野위성정당 당선권에 모두 배치〉 기사도 문제의식을 더 부각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
1월 31일자 A1면 〈총선판 뛰어드는 검사들, 여야 최소 45명〉 기사는 제목만 보면 마치 현직 검사 45명이 바로 옷을 벗고 출마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45명 중에는 검찰을 퇴직한 지 30년 된 사람도 있는데 이를 검사로 분류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최소한 4년 전 21대 총선 이후에 정치 입문을 목적으로 검사를 사직한 경우라야 ‘검사 출마’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2월 16일자 A1면 제목 〈총선 54일 앞, 한강-낙동강 ‘두개의 전투’ 시작〉에서 치열한 선거를 ‘전투’라고 표현했습니다. A4면에도 ‘혈투’라는 제목을 썼습니다. 원래 선거는 민의를 표현하는 축제인데, 축제가 전쟁이 되면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게 됩니다. 순화된 표현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
3월 7일자 A5면 기사와 A31면 사설에서 대통령 민생토론회에 대해 관권선거 문제를 짚으며 비판적으로 접근한 것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후속 보도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루면 좋겠습니다.

이준웅 위원=
2월 7일자 A1면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인터뷰와 3월 18일자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국 국방장관 직무대행 인터뷰 기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미리 보여주는 기사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측근이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 인터뷰도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3월 7일자 A18면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석좌교수 인터뷰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릭트먼 교수가 미국 대선을 예측하는 학자로 알려지기는 했지만 권위자는 아닙니다. 아직 변수가 많은데 바이든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한 릭트먼 교수는 전체 지형을 제대로 못 본 느낌을 줍니다.

최 위원=
1월 29, 30일자에 보도한 ‘N수 공화국의 그늘’ 기획은 문제의식이 좋았습니다. 3월 15일자 A1면 〈사교육비 줄인다더니 작년 27조 ‘역대 최대’〉 기사도 의대 증원이라는 ‘기회 요인’과 수능 난이도 변화라는 ‘불안 요인’을 함께 짚어 흥미로웠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부모의 경제력과 지역에 따른 교육 격차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다루면 좋겠습니다.

류 위원=2월 15, 16일자에 보도한 ‘인재난에 빠진 K배터리’ 기획도 시의적절했습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 등의 문제로 과학계와 갈등을 빚을 게 아니라 바로 이런 부분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짚어야 합니다. 2월 28일자 A10면 〈전세사기 특별법 9개월, 피해 1만3000명 중 199명만 구제 마쳐〉 기사는 아주 현실적인 보도였습니다. 다만 구제가 지지부진한 이유가 특별법의 문제인지 정책 실효성의 문제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습니다.












정리=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