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운영위원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주이씨 화수회관에서 열린 2024 채택 일본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22 [서울=뉴시스]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의 강압성 묘사가 약해진다.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기술한 교과서도 더 늘어나게 됐다.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4년간 사용할 중학교 역사·지리·공민(정치 경제) 교과서 18종을 검정한 뒤 이런 방향의 교과서 수정을 22일 허용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일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전범 기업이 아닌 제3자’가 배상하는 해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본은 한일관계 개선의 상징성을 지닌 징용문제마저 교묘하게 왜곡했다. 한 중학교 교과서는 “혹독한 노동을 강요받았다”는 기존 표현을 “혹독한 환경에서 일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수정했다. 징용의 강제성을 지우려 한 것이다. 다른 교과서는 “국민징용령에 의해” 표현을 추가함으로써 형식적 적법성을 부각하려 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4년 전에는 사용한 “종군(從軍) 위안부”라는 표현에서 ‘종군’을 삭제한 교과서도 있었다. 일본 우익의 압박으로 이듬해 이 표현을 지웠던 이 교과서는 이번 정기 검정을 맞아 ‘종군’ 삭제를 확정한 것이다.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표시한 중학교 교과서는 전체 18종 가운데 16종으로 늘었다.
미국이 그리는 신냉전질서 아래 한미일 3국은 지난해 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었다. 일본이 강하게 원했던 3국 협력은 한국이 화해의 제스처를 먼저 보여주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도 마땅히 자기 몫을 해야 한다. 강제징용 제3자 배상에 일본 기업의 참여를 가로막는 일을 멈추는 것은 물론이고 교과서 추가 왜곡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