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용산구 전쟁기념관앞에서 열린 경기도의사회의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수요 반차 휴진 집회’에서 이동욱 회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같은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배정한 후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늘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병원 이탈 전공의들의 면허 정지 처분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2000명 증원에 대한 정부 생각은 확고하다”고 했다.
정부는 증원 규모 변경 불가 사유에 대해 “대학별 정원 배분을 이미 마쳤기 때문에 되돌리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5월 개별 대학들이 최종 신입생 모집요강을 발표하기까지 조정할 시간이 남아 있다.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전문가들도 교육과 수련 여건을 감안해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2000명 이상 증원을 유일하게 주장했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입장을 바꿔 1년 늦추자는 제안을 했다. 거의 모두가 “2000명은 무리”라는데 정부만 고집한다. 의료 공백이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하는 여당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이 어제 면허 정지 행정 처분의 ‘유연한 처리’와 ‘의료계와의 대화’를 지시했다. 사태의 핵심이 ‘2000명’인데 이 숫자를 고집하면서 어떻게 대화가 되겠나.
의료계 내부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주장해온 온건파가 밀려나고 강경파가 힘을 얻고 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의정 간 이견 조율을 시도해온 교수가 사임 압력을 받고 있고,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서는 강경파 후보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와 의대생들이 ‘반역자’로 조리돌림을 당한다고 한다. 정부가 의대 정원 배정을 강행하면서 반발을 부른 측면이 있지만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 집단의 극단적 행태는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그동안 쌓아온 국민의 신뢰마저 잃게 할 뿐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논의에 의료계가 얼마나 책임감 있게 참여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