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교수협 만나 대화 중재 건의 받아 尹 “의료계와 협의체 구성해 대화를” 의료공백 총선 악재 우려에 입장 선회
의대교수협 만난 한동훈… 의협 비대위 회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위 사진 가운데)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 등과 만난 후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요청을 받고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 대학 교수 집단 사직을 하루 앞둔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는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단체 대표 등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를 만난 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대통령실에 요청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이날은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25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26일부터는 면허 정지 처분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 증가가 총선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그러다 총선을 17일 앞둔 이날 당정이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으로 인한 파국을 막고 의사 단체와 우선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이번 주부터 (면허 정지) 처분이 가능한 전공의는 소수인 만큼 처분을 미루는 것도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전공의 ‘면허 정지라는 파국으로 가면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만큼 우선 면허 정지를 유예해 강대강 대치를 피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득했다”며 “한 위원장의 요청을 윤 대통령이 수용한 모습인 만큼 정부가 26일 바로 면허 정지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일 전공의 면허정지 유예 검토… 의대증원 2000명은 유지
의료공백 리스크에 변화 기류
韓, 의대교수 집단사직 하루전 면담
대통령집무실서 대책회의 하던 尹
韓 보고받은뒤 총리실에 “유연 대응”
의대교수 사직서 계획 철회는 안해
韓, 의대교수 집단사직 하루전 면담
대통령집무실서 대책회의 하던 尹
韓 보고받은뒤 총리실에 “유연 대응”
의대교수 사직서 계획 철회는 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강경 일변도였던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의사들과의 대화체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여전히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의대 교수들도 25일 집단 사직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어 전공의 병원 복귀나 의료공백 해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발표 후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그럼에도 미복귀한 전공의에게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상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1일만 해도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 다음 주부터 원칙대로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의견 제출 기한이 끝나는 전공의 35명에 대해 바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받고 면허정지에 대한 유연한 처리와 의료인과의 건설적 협의체 구성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위원장이 의대 교수들을 만나고 있을 때 윤 대통령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성태윤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비서관, 이도운 홍보수석 등과 집무실에서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한 수석이 한 위원장의 요청을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한 총리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결국 한 위원장이 면담 후 중재의사를 밝힌 지 1시간 10분 만에 대통령실의 ‘유연 대응’ 입장이 나왔다.
복지부는 즉시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당분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도 “이른 시일 안에 한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 의료계 “2000명 증원 재논의해야”
의료계에선 윤 대통령이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행정처분을 주문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증원 규모에 대한 재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에 대한 압박 일부를 중단한 것과 협의체 구성 제안 부분은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상호 신뢰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의대증원 조치를 잠시 중단하고 신중히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25일로 예고된 교수들의 집단사직도 예고대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직서 제출에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을 포함해 전국 의대 교수 대부분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수들은 사직서를 낸 후에도 당분간 병원을 떠나지 않는 대신 주 52시간 내에서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 등을 유지할 방침이다. 또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다음 달 1일부터는 외래진료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이미 대학별 배분까지 마친 만큼 돌이키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원) 숫자 부분은 이미 정부가 발표를 해버려 번복할 경우 입시 혼란 등이 다시 초래될 수 있어서 현재로서는 수용할 수가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