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또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자고 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은 선거철인가 봅니다. 지난해 2월 14일 ‘이재명이 또 쏘아올린 퍼주기 경쟁’(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213/117855562/1) 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었는데요, 13개월만에 또 돈을 나눠 주자네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새마을전통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에게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유세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랑에 놓인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특단의 긴급구호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 원을 추가 지급하자고도 했습니다. ‘금사과’에 ‘금파’까지, 요즘 물가에 분노하는 민심을 겨냥한 공약인거죠. 이 대표가 돈을 나눠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솔직히 돈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과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참 돈 나눠주기 좋아하는 이재명 대표입니다. 자기 돈이 아닌 게 문제이지만요. 이 대표가 중앙 정치판에 등판한 뒤로 대선과 총선 등 주요 선거철마다 전국민 지원금 이슈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총선을 보름 앞두고 2020년 3월 30일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국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 주신 것에 대해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돈풀기 선거”라고 반발했다. 동아일보 DB
2020년 4월 2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주민센터에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접수받고 있다. 신청 후 2, 3일 후에 선불카드에 금액이 충전되는 방식이다. 동아일보 DB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인천 계양을) 페이스북 캡처
개혁신당도 “물가는 시장에 있는 돈이 흘러가는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많이 흘러가면 갈수록 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더 풀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집에 불났는데 기름 넣는 꼴입니다. (중략) ‘물가를 잡겠다’ ‘돈을 뿌리겠다’와 같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서 전국을 누비실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잡아준 재판일정이나 충실히 임해야 합니다”라고 이재명 뼈를 때렸고요.
정작 국민의힘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일단 침묵하더군요. 이 대표의 제안이 선거 국면에서 표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당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제안을) 단순히 ‘포퓰리즘’이라고 가볍게 치부하면 국민들 입장에선 ‘야당은 국민 돕자고 하는데 여당은 도대체 뭐하나’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더군요.
그러더니 다음날 돌연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모든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고 두 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무상 대학등록금 카드’를 꺼내들더군요.
그 동안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퍼주기 경쟁 신호탄을 쏘아 올릴 때마다 번번이 휘둘렸습니다. 5선 중진 의원이 앞장서 “전 가구에 3개월간 10만 원씩 난방비를 지급하자”고 이 대표 주장에 가세하는가 하면, 시의회 의원들까지 “정부가 빨리 돈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죠. 줏대없는 국민의힘이 이재명이 또! 쏘아올린 퍼주기 경쟁에 이번에도 말려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